숨바꼭질 국회의 지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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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화당은 주한미군 감축설을 비롯한 안보문제를 중시하고 신민당의 단독소집으로 오는 19일부터 열리게 되는 제74회 임시국회에 출석할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한다. 공화당원내총무 김씨는 『민주전선의 내용에 대한 야당의 사과없이는 다음 국회에 응할 수 없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으나, 주한미군의 감축문제등 안보문제가 중대하다고 결론이 내려지면 민주전선사건과는 관계없이 국회에 출석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공화당의 다른 한 소식통은 『현재 안보문제를 국회에서 다루는 것이 시급하므로 만일 다음부터 간행되는 민주전선의 내용이 양당정치의 현실에 맞는 내용이라는 보장만있다면 공화당으로서도 사과문제를 더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한다.
이와같은 움직임은 공화당이 며칠후에 열리는 국회에 출석할 가능성이 짙음을 시사하는 것으로서 분명히 환영할 만한 징조라 하겠다. 제73회 임시국회가 민주전선사건이라는 돌발사태로 말미암아, 여·야가 팽팽하게 맞선채 문을 닫게 된 이레, 여·야는 감정적 대립으로 상호기피하는 기묘한 관계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이런 관계의 지속이 국회 정상화나 양당정치 구현에 큰 마이너스를 주는 것임은 구차스러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한국의 주관적인 원망에도 불구하고 닉슨·독트린의 전개에 따르는 주한미군의 감축은 일종의 불가피한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되풀이 주장해 온 것처럼 주한미군의 감축은 우선 남북대립에 있어서 군사력의 불균형을 조성하고, 한국의 민심에대해 심각한 정치적쇼크를 주는 반면에 공산도비들의 남침의욕을 고무해주리라는 점에 있어서 우리의 국가안전에 중대한 관련을 갖는 사항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처럼 주한미군 감축문제등 안보문제는 초당파적인 입장에서 합리적인 해결을 요하는 긴급한 사항이니만큼 여·야는 일체 구원과 감정적인 대립을 지양하고 의회정치의 테두리안에서 중지를 모아 적절한 대책을 강구토록 해야한다.
입법부인 국회가 국가의 의사를 결정·표명하는 기관인 동시에, 정권투쟁의 무대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도 시인을 아끼지 못한다. 그러나 정권투쟁이란 어디까지나 국가의 안전보장이 확고하다는 전제밑에서만 전개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의 감축설등으로 국가안보가 위태로와져가고 있는 이 마당에 있어서 소승적인 정권투쟁은 엄중히 배격되어야 한다. 정권투쟁이 전개될 수 있는 무대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는데, 당파싸움만 과열해진다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의회정치를 가지고 국가의 안전보장을 기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다음 임시국회가 어느 당에 의해서 소집요구 되었건 간에, 모든 국회의원이 다 출석하여 안보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 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여당이 출석하면 야당이 나오지않고, 또 반대로 야당이 출석하면 여당이 나오지않는 숨바꼭질 국회를 가지고서는 오늘의 난국을 돌파키어렵다는 점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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