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에 경고? 현대차, 미국에 부품공장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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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이 23일 노동조합의 부분파업으로 멈춰 서 있다. 20일부터 23일까지 부분파업으로 8521대, 1751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울산=뉴시스]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가 미국 조지아주에 3500만 달러(약 390억원)를 투입해 부품 공장을 짓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노동조합 연례 파업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해외 생산물량을 더 늘리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다이모스는 기아차 미국공장이 있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인근에 자동차 시트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조지아주와 합의했다. 이 공장은 3500만 달러가 투입돼 2년 뒤 완공된다. 약 350명의 현지 근로자가 채용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네이슨 딜 조지아주 주지사가 방한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났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공장 건설이 노조에 대한 사측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차제에 현대차그룹의 세 번째 미국 완성차 공장 건설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현대차는 앨라배마주에, 기아차는 조지아주에 각각 35만 대 생산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한 곳씩 보유 중이다. 하지만 북미지역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면서 두 공장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총 126만 대를 팔았지만 현지 생산 여력이 부족해 50만 대 이상을 한국에서 들여와야 했다.

 미국에 공장을 하나 더 지으면 그만큼 국내 생산 물량이 줄고, 덩달아 일감도 감소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노조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인 셈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조도 임단협 안건에 ‘해외공장 증설 시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의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노조가 해외 증산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차 노조는 올 상반기에 주간 2교대제 전환과 관련한 특근 수당 문제를 이유로 석 달 가까이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사측에서는 이 기간 동안 불가피하게 해외공장 생산량을 늘려서 부족한 물량을 채웠다. 국내 공장의 저효율성도 해외 증산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HPV)’이 미국 공장은 16.5시간, 중국 공장은 20.2시간인데 반해 국내 공장은 30.5시간에 이른다. 여기에 국내 수요 정체와 해외 수요 급증 추세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차의 경우 2008년 40%에 그쳤던 해외생산 비중이 올 상반기에 61.5%까지 치솟았다. 현대·기아차 전체의 해외생산 비중도 지난해 처음 50%를 넘어선데 이어 올 상반기 54.3%로 그 비중이 더 커졌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부품공장 설립은 노조 파업이나 제3의 완성차 공장 건설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해외 증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한성호 현대차그룹 이사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조 파업으로 인한) 공급 차질이 계속될 경우 고객이 계속 기다리진 않을 것”이라며 “고객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조파업 상황이 계속되면) 해외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23일에도 8시간의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는 이날까지의 파업으로 8521대의 차량이 생산되지 못해 1751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노조가 지난 20, 21일 부분 파업을 벌인 당시에도 총 85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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