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의 불참주장 물리치고 서울대회 기다리는 일 펜클럽|두회원 탈회계의 언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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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8일부터 서울서 열리는 국제펜(PEN)대회에 억지 쐐기가 쐬었다. 일본·펜·클럽이 이사 40명중의 1인인 평론가 송강양자가 "멀지않아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펜대회와 대북에서 열리는 아시아작가회의에 일본펜이 적극참가하는 것은 한-일 양국정부를 지지하고 양국에서 언론탄압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더욱더 고통을 주는 것이며 북한과 중공을 적시하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로 탈회계를 제출했고, 이어 평론가 소전절수웅도 같은 이유를들어 탈회계를 냈다. 이 두사람 모두 좌경한 문필가임은 널리 알려진 바이지만 일본 펜·클럽은 대체로 온건하게 이 반발을 수습하기위해, 제출된 탈회계의 처리를 보류하고 있다. 다만 일본 문예계에서는 정치와 문학의 관계와 더불어 동서 및 남북의 대립과 문학의 관계등이 얽혀 약간의 논의가 있다.
원래 펜·클럽은 문학을통해 제국민의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각기 그 사회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을 목적의 하나로한 국제적인 문학종사자의 모임이다. 두 반발자는 모두 한·중 두나라의 언론의 자유에 의의를 달았다. 그러나 대다수 일본 펜·클럽회원은 즉각 반론을 내걸었다.
첫째, 작년 9월 남불 망통에서 열린 제36회 국제펜대회집위에서 찬 39·기 1로 가결된 서울차기대회 개최를 이제와서 왈가왈부하는 것도 우습다. 설사 일본이 그 당시 기권이나 반대했더라도 서울대회 개최는 번복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한국주최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북한을 적시한다지만, 그와 반대로 한국대회를 보이코트하는 것은 같은 논리로 한국을 북괴보다 더 적시하는것이 된다. 즉 현존하는 한국 펜·클럽과의 우호관계를 방기할수는 없는 일이다.
세째, 일본 펜·클럽은 어느나라, 어느 정치형태의 나라의 펜·클럽과도 우호관계를 맺고 국제펜정신에 입각, 세계 어느나라, 어느 도시에라도 펜지부를 두어, 문필을 업으로하는 사람은 인종·국경·종교·정치를 초월한 우정으로 사귀고싶지만 평양이나 북경엔 펜·클럽이 없지않은가. 설사 한·중 양국에 비해서 훨씬 강력한 언론탄압이 있는 나라라해도 펜지부가 있으면 일본펜은 그들과 교류를 갖는데 인색치않다고 작가인 아천홍지씨(일본펜전무이사겸사무국장)는 이론정연히 반발자를 꾸짖고있다.
더우기 서울국제펜대회는 57년의 북경대회에이어 두번째로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것으로서, 주요 테마는 동·서문학에 있어서의 유머. 대북에서 오는 15일부터 5일간 열리는 아시아 작가회의는 천단강성씨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의 뜻도 있다. 서울대회엔 천단강성씨와 근택광치량 회장·초야심평등 3씨를 귀빈으로 아천홍지, 평림다이꼬 펜 대표등 29명이 대거 방한할 예정이며 대북회의에도 13명의 문인이 참가절차를 끝내고있다.
이번 서울대회를 정치와 절연시키기위하여, 정치적 결의를 피하기 위하여 문학의 유머로 순화시킨 고충을 일본 펜의 대부분은 이해하고있다.
서울펜대회에 참가하는 작가 석천달삼씨는 "그 나라가 우다 좌다하고 있다간 펜·클럽은 성립되지않는다. 정치나 사상을 초월한 모임이고 서울대회도 정치를 논하는것이 아니라 문학에서의 유머등이 주제이다. 거기에 참가하는것이 안된다니 아주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이다"라고 반발을 일소에 붙였다.
일본 펜·클럽으로서는 지난 1일 이사회에서 제출된 송강의 탈회계를 개인의 자유에따라 즉각 처리할 수도 있었으나 설득공작을위해 1개월동안 보류해놨다. 그러나 송강이 서울대회후의 판문점 견학마저 트집을 잡고 반공법에의한 필화에 흥분하는 태도가 누그러지지않는한 그 탈회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편파가 제거될 것 같다. [동경=조동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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