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천경쟁의 뒤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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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선거는 앞으로 1년이나 남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벌써 이 선거를 겨누고 그 움직임이 부산하다. 국회가 폐회되고선 더욱 그러하다. 성급하기는 하지만 선거라는 정치시험을 앞둔 입시준비라고나 할지. 성급한 대로, 선거전초의 이모저모와 여야당 주자들의 구성적면모를 살펴본다.

<당간부들 통곡에 쫓겨>
공화당의 공천경쟁은 주인이 없는(?) 원외지역구에서부터 불어닥쳤다. 곳곳에 뜨거운 바람이 불어 평균 3, 4명이 총력경쟁을 펴 개편되거나 곧 될 39개지구중 15개구의 위원장이 바뀌었다.
46개 원외지구중 남은 곳은 서울의 5개구와 무안·서천등 7개구 특히 서울에 미개편구가 많은것은 중량급의 발굴때문이라고 한다.
원외지구당 개편에있어 공화당은 투표에의한 자유경쟁보다는 사전절충형식으로 미리 지구당위원장 추천을 받고 만장일치로 위원장을 선출하지만 탈락자들은 전국구 후보나 다른 관직을 바라는지 끝끝내 미련을 버리지않고 버티기때문에 당간부들은 머리를 앓는다.
이런 정치흥정과는 달리 위원장 감투를 내놓는 사람가운데는 오치성사무총장을 찾아와 책상을 지며 너무하다고 통곡하는 이까지 있어 당간부들은 이래저래 바쁘다.

<일사불란한 원내활동>
공화당의원 1백11명가운데 전국구를 빼놓으면 지구당을 가지고 있는 의원은 95명.
67년 선거의 공천에서 30%인 33명(지역구 88명중 26명, 전국구 24명중 7명)이 낙천된 점으로 미루어 이번에도 그 비율을 적용한다면 의외로 많은 의원이 탈락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공화당의원의 원내행동통일은 과거에 간간이있던 불협화는 일체없는 거의 완벽한 일사불란.
그렇지만 원내친여계 인사들의 공세도 만만찮다. 짱짱한 혁명주체들과 전직·현직 고급공무원들도 적잖은 곳에서 지구당을 흔들고있다.
김포·강화의 김재춘전정보부장, 평택의 최영희전국방, 괴산의 김원태전무임소, 해남의 임충식전국방장관과 포항-울릉의 김동하전최고위원등이 대표적인 현역에의 도전자다.
이곳 출신의원들은 불안하게 마련인데 김포·강화의 경합상은 그중에서도 으뜸. 농장을 차려 크게 성공한 김재춘씨는 김포에 인산농원분원을 두고 지반을 굳히는 한편 올 들어서는 주민들에게 닭과 달걀등을 대량 돌렸다는 것. 김재소위원장은 김포·강화에 꼬꼬댁소리가 요란하다면서 당사무국을 분주히 드나들곤 하는데 두 사람중 한사람은 전국구로라도 소화되어야할 딱한 처지라는게 어느 관계자의 얘기다.
원내의원들과의 공천싸움은 상대가 병역미필자 노령자인 경우 더욱 심해 지역구에 데려가 공공연히 공천실격자로 몰고있다.

<장인뒤이어 사위가>
공천전열에는 친척·인척, 경우에따라서는 형제들도 나서 경합을 벌이고있다.
홍천·인제의 경우 현역 이승춘 현(공화)의원이 출마를 포기할 것이라는 풍설과 함께 재건운동등으로 지방에서 조직기반을 닦아온 이의원의 사위인 이재석씨(35·전국민운동 강원도지부사무국장)가 공천전에 뛰어들고 있다.
여야 16명의 출마예상자가 나서 전국적으로 경합 랭킹 1위를 기록하고있는 경북영천의 경우는 공화당에서만도 이씨 문중에서 5명이 신민당에서도 3, 4대의원을 지낸 김상도씨의 장남 홍락씨와 차남 용락씨 가운데 한 사람이 여야의 공천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어 이채.
공화당의 이동령의원이 71년 선거에 나서지않기로 한데따라 청와대 비서관인 채원식씨가 지구당위원장을 맡은 문경에서는 한집안일가인 신민당의 당사무차장 채문식씨가 출마하게되어 여야로 갈린 가문선거전을 치르게됐다.

<일부선 모셔가기 운동>
신민당의 공천경쟁은 대도시에 집중돼있다. 야당은 도시에서 보다 농촌에서 당선이 더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
이래서 서울은 이농해온 당중진역까지 섞여 조정이 더욱 어렵다.
서울 서대문을구의 경우는 김상현 윤길중 조영규 권중돈 홍영기 김용성씨등 현직·전직의원 6명을 포함하여 자그마치 열네명이 경합하고 있으며, 부산동구도 박기출 이기택의원과 원외의 김승목등이 맞붙어있다. 야당안에서도 최근 들어 중진들의 이농현상에 비판도 적지않다.
이래서 일부지역에서는 중량급의 유치운동이 벌어졌다. 전주의 유청씨가 이철승씨에게 군산-옥구의 김판술씨가 양일동씨에게 지역구를 맡아달라고 청한 것이 그예고, 이 바람은 금천·금릉·청주등지에서도 일기 시작했다.

<헌금으로 전국구랭킹>
신민당은 공화당에 비해 공천경합이 더 착잡하다. 특히 지난 1월 전당대회때 합류한 자유당과 한독당 및 재야인사의 대우가 문제거리다.
이 가운데 구자유당의 최용근씨(강원·여주) 홍창섭씨(춘천-춘성) 민권투위의 황호동씨(영암-강진)등 시골의 지역구 희망자는 쉽게 해결한 케이스.
그러나 한독당 대표였던 이태구씨등 시골지역구가 없는 상당수 사람들은 전국구나 서울시내 지역구로 대우해야 하기때문에 난제로 남아있다.
특히 전국구는 당내 경합까지 겹쳐 결국은 헌금능력으로 경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
그래도 신민당은 의리를 내세워 개헌반대에 동조했던 무소속의원들에게도 입당교섭을 하고있는데 양순직의원은 전국구, 예춘호의원은 부산영도, 김달수의원은 전국이든 지역이든 그가 원하는 대로가 교섭조건이라고.(이 세사람은 임시국회소집에서 신민당에 동조했다.)

<신당으로 표분산우려>
신당바람으로 신민당은 동대문을(장준하) 성동을(조한백)의 서울시내 두 지역이 비게 됐다.
이곳에는 부위원장급등이 재빨리 이 지역을 차지하려고 나서고있으나 야당의 표분산을 막고도 이기기위해서는 강자를 내세워야한다는 방침.
이래서 동대문을구에 윤길중씨, 성동을구에는 홍익표씨 공천을 검토하고있다는 얘기지만, 역시 야당의 표분산을 꺼리기 때문인지 윤·홍 두 사람이 별로 탐탁하게 생각지않고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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