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9)단오와 민속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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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음력 5월5일을 단오라 하거니와 옛날에는 큰 명절의 하나로서 각 가정에서는 이날이 되면 아침일찍 일어나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단오차례를 지내고, 남녀가 서로 부르며 모여서 하루를 즐겼다.
단오란 중국에서 들어온 한문글자로 된 말이요, 우리말로는 옛날 수릿날이라 하였다. 수리란 말은 생각컨대 가운데란 뜻으로 생각된다. 우리말에 무우속이나 가운데에 벌레가 먹은 것을 수리먹었다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도 수리란 말은 가운데란 뜻이 분명하다.
5월5일 해가 가운데(오시 정오)에 이르면 양기가 왕성한 때이므로 중국사람들은 이날을 천중절이라 부른다.
우리 나라 민속에도 해마다 단오날 오시(정오)에 쑥과 익모초를 캐어 말리어서 약용에 쓰나, 전해오는 말에 이날 정오에 캐어서 그늘에 말린 것이 아니면 약용이 되지않는다는 것을 보아서도 방증이 되는 것이다. 이날 젊은 부녀자들은 창포 삶은 물에 머리와 얼굴을 씻고, 붉고 푸른 새옷을 갈아입으니 이를 단오빔이라 하는데 오늘날에 와서는 시대의 변천으로 성행하지는 않으나 그 유풍은 아직도 남아 있음을 본다.
단오날의 민속은 이외에 허다하거니와 그 중에서도 두드러진 것으로는 여성의 그네뛰기와 남성의 씨름이라 하겠다.
씨름은 양기가 왕성한 이날에 수많은 장사들과 힘을 겨루어 이겨, 만인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고 장사의 칭호를 받는 것도 사나이로서의 장쾌한 일이거니와, 그네뛰기는 여성들의 민첩함을 내기하는 것으로 또한 장쾌한 일이다.
특히 녹음이 짙은 사이에서 빛깔이 찬란한 옷을 입은 젊은 여자들이 그네를 뛸때에 바람을 머금고 부풀어 오른 치마폭과 나부끼는 저고리 고름, 펄럭거리는 댕기등이 왔다갔다하는 양을 어떻게 보면 제비가 나는 것 같고, 또 선녀들의 놀음같이 보이기도하여 이날에는 한국여성이 더 한층 아름다와 보이는 좋은 민속놀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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