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무능해야 출세한다|가교수가 밝힌 계급사회의 출세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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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적당히 무능한자가 출세에 최적격자가 된다.』 이것은 로렌스·J·피터라는 캐나다의 교육학자가 내세운 관료계위사회에서의 출세훈이며 관료체제연구에 바탕을 둔 이른바 피터법칙의 골자다.
피터교수(미가주대)는 작년 『피터 법칙』이라는 책을 써서 구미 독서계에 선풍을 일으켰는데 라이프지는 이 사회심리학의 이단적인 법칙이 영국의 『파킨스법칙』(직장의 간부직은 만들수록 늘어난다)과 함께 일상용어로 정착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무능해 보이는 정치가·교수·관리·회사원등이 관료적인 사회에서 으례 출세하기 마련이고 너무 유능한 자들이 오히려 탈락하는 현상을 면밀히 고찰한 피터교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하나도 어김없이 따르는 자는 비상사태에 직면했을 때 임기응변의 재간이 없기때문에 출세를 못한다.
이것은 미국사회가 건국이래 『지도자』를 따르라는 일종의 우민교육에 젖어있는 탓이라한다.
조지·워싱턴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켰기에 그렇게 출세했는가고 묻는 사람에게 『복종을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터교수는 재간은 없지만 윗사람말만 잘 들으면 출세가 보장되는 미국사회의 범용상위사상은 이때부터 싹이 텄다고 본다.
사람이 너무 무능하거나 너무 유능하면 범용한 대다수 세력으로 구성된 계급조직사회의 안정을 위협하고 파문을 일으킨다. 지나치게 무능해도, 물론 지나치게 똑똑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파면감이다.
대다수 무능자에의한, 무능자를 위한, 무능자의 계위체제는 구성원이 전부 원숙해지는 순간 파멸한다는 법칙이 성립한다. 피터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민주사회나 독재사회이건간에 원숙계수가 높아지면 망한다는 얘기다.
원숙계수는 무능수준급 고용자수 곱하기 1백을 계급조직사회 전종업원 수로 나눈 수치다.
이러한 사회에서 성공한자의 병리를 보면 대개가 편두통 고혈압 심장병 현기증 성적불능 알레르기 식욕부진(혹은 과식) 지속적인 피로감 소변을 자주 보고 술을 많이먹고 설사(혹은 변비)증 등이 많다.
피터교수는 계위질서가 확립된 사회에서 소외감없이 행복하게 살려면 그는 창조적인 무능을 배우라고 권하고있다.
창조적 무능이란 『현직의 주요직무를 수행하는데 직접적인 방해가 되지않는 일을 택할때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EPS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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