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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통신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벤저민·프랭클린이 주불대사로 있을 때였다. 마침 파리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기구의 실험이 한창이었다.
친구 하나가 『도대체 기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갓난아이는 앞으로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 당신은 알겠습니까』하고 반문하였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사람들의 해묵은 꿈이 기구를 발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 발명이나 현실적인 필요성이 없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법이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희랍에서도 동차의 엔진 비슷한 것을 발명한 듯한 흔적이 있다. 그만한 발명심이 있으면서도 엔진이 장난감으로 끝난 것은 그것을 만들어낼 필요가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다. 19세기에 증기기관이 발명된 것도 산업혁명으로 보다 많은 물자를, 보다 빨리, 보다 싸게 수송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증기기관을 만들만한 기술발달의 전제가 되어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비근한 얘기로 아무리 자동차를 일찍 발명했다 하더라도 휘발유가 없었다면 그만이었다. 다시 말해서 휘발유가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도 발명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얘기로, 아무리 인공위성을 띄운다 하더라도 텔리비젼 수상기가 없으면 별 쓸모가 없다. 또 설사 텔리비젼이 있다하더라도 세계와의 통신이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으면 그만이다.
지난 2일 금산에 위성통신한국지구국이 개국했다. 지난 65년에 국제통신위성기구가 인텔새트 1호를 발사한지 5년만에 한국도 세계에서 44번째로 우주통신시대에 뛰어든 셈이다.
이를위한 총 공사비가 20억 가까이 들었다. 서울시내 전화도 제대로 안되는데 차라리 그돈을 국내통신망의 개선에 돌리는게 좋지 않았겠느냐는 말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은 프랭클린이 말한 갓난아이처럼,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아직은 금산의 안테나는 보내는 것보다는 받는 쪽이 더욱 바쁠 것이다. 아무리 보내고 싶은 게 많더라도 다른 나라의 텔리비젼 수상자들이 원하지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수신량과 송신량이 같아질 때 비로소 우리 나라도 우주통신망에 한몫 끼게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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