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3·15 부정선거 반면교사로" 여당 "대선불복 본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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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조특위 야당 위원들이 21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공개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되자 정청래 국조특위 야당 간사가 서한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민주당 박범계·박남춘 의원, 정 간사, 민주당 전해철·김민기 의원. [뉴스1]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특위의 야당 의원들이 2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하는 계기가 됐던 ‘3·15 부정선거’를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한은 야당 특위 위원(민주당 김민기·박남춘·박범계·박영선·신경민·전해철·정청래,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명의로 돼 있다.

 이들은 서한에서 “박 대통령은 3·15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에서 일어난 시위의 정신을 기리는 3·15 민주묘지를 2007년 참배한 바 있다”며 “3·15 부정선거가 시사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고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0년 3·15 부정선거에 이은 4·19 혁명으로 하야했다. 이들은 이어 “지금 진실을 규명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태는 향후 5년간 정국을 운영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CIA가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FBI가 허위 수사 발표를 했다면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겠느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과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단순한 의혹인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가장 큰 수혜자가 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규정한 뒤 “헌정 유린, 국기 문란을 야기한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적었다.

 서한은 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실에서 초안을 작성해 다른 의원들에게 회람하게 한 뒤 만들어졌다.

 야당 특위 위원들은 청와대를 찾아 서한을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청와대가 수령을 거부했다. 이상규 의원은 이후 청와대 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만 해도 새누리당에선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을 국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중진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6선의 이인제 의원은 “이번 기회에 국정원을 국가 최고정보전략기구로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는 개혁을 (야당 복귀의) 명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회 내 국정원 개혁을 위한 특위 설치도 제안했다. 5선의 정의화 의원도 “국정원 개혁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마련해서 당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박 대통령에 대한 공개서한 내용이 전해지자 새누리당이 강력히 반발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국정조사에서 새로운 게 나오지 않자 대선 불복의 본색을 드러냈다”며 “김한길 대표는 입장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하·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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