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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과학기술 혁신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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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곽재원
한양대 기술경영대학원 석좌교수
한국 과총 부회장

창조경제가 국가 목표로 정해진 이상, 그 성패는 박근혜정부를 넘어 국운을 좌우하는 중요 함수가 됐다. 정부 출범 이래 지금까지 정부부처와 공공·민간 연구기관, 그리고 많은 전문가가 창조경제의 성공 함수를 찾는 데 골몰해 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개편 뒤 연 수석회의에서 ‘새 시대의 새 변화’를 강조했다. 8·15 경축사에선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창조경제에 승부를 건 대통령의 끊임없는 주문과 각오로 보인다.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러나 지혜를 모은다면 해볼 만하다. 이를 위해선 첫째 정부와 기업의 접착력을 높여야 한다.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이 따로 논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서다.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톱니바퀴가 꽉 물려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올 2분기 기업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만 선전했을 뿐 주요 대기업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매출 증대와 영업이익을 실현한 기업도 마음이 편치 않다. 삼성전자나 현대차조차 2~3년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한다. 성장력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세계시장의 경쟁 환경이 불투명하다. 이런 처지에 정치가 경제 발목을 잡는, 이른바 정치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국가 연구개발(R&D)·고용·국내총생산(GDP) 등 3대 경제지표가 기업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민간과 정부가 R&D와 기술력 전수조사를 해서 우리 실력을 제대로 파악한 뒤 손잡고 함께 대처해야 할 때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밀어주는 국가 과학기술혁신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당장은 젊은이들과 중도 퇴직자들의 일자리를 양적으로 충분히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2018년 이후 인구 감소 시대에 대비해 질적으로 버젓한 일자리도 마련해야 하는 딜레마를 풀어 가야 한다. 요즘 셰일가스 혁명, 빅 데이터, 3D프린팅, 바이오 재생의료 등 소위 와해성 기술(종전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기술)이 국제 경제 뉴스를 온통 차지한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이 이러한 와해성 기술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는 모습에서 시사점을 발견한다. 하나하나가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 만한 폭발력을 가진 기술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셋쌔, 지역경제를 키워야 한다. 돈·사람·산업이 없는 이른바 3무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길은 지역의 정치화가 아니라 지역의 융합화다. 도지사의 시대에서 시장과 군수의 시대로 지역 거버넌스가 변해야 한다. 세계적인 스마트 시티, 경제 클러스터, 창조도시의 공통점은 지역 거버넌스 변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각국에서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이끌고 국민 행복도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제3의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즉, 경쟁 만능의 시장주의를 개혁하고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한 새로운 복지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경제성장 전략을 끌고 나가야 한다. 창조경제는 그 성장 전략의 중핵이자 제3의 길의 향도인 셈이다. 정보통신기술로 국민 서비스를 배나 늘린 현명한 정부, 교육과 과학기술 그리고 산업 정책이 한데 어우러진 과학기술경제(STEAM Economy:과학·기술·엔지니어링·예술·수학 경제), 창조경제에 대한 체감도 높은 전략 홍보 등도 창조경제에서 중요한 줄기를 이룬다. 지금 세인의 관심이 창조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맡은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두 수레바퀴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쏠리는 이유다.

곽재원 한양대 기술경영대학원 석좌교수 한국 과총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