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아마 농구 최강전] 대학생이 프로 챔피언 잡은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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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형 고려대 감독이 21일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이긴 뒤 문성곤과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종료 9.6초를 남기고 점수는 단 1점 차. 아우 고려대가 형님 모비스에 73-72로 앞서 있었다. 모비스가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다. 아우들은 형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5초, 4초, 3초…1초, ‘삐’ 소리가 울리자 아우들이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했다. 고려대가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에서 대학팀 최초로 결승에 진출했다.

 고려대는 2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모비스를 73-72로 꺾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학팀 고려대와 지난 시즌 프로농구 통합 챔피언 모비스의 대결은 동점과 역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승부는 리바운드에서 갈렸다. 고려대는 50개의 리바운드를 잡은 반면 모비스는 28개에 그쳤다. 골밑을 지배하는 고려대 트윈 타워 이종현(19·2m6㎝)과 이승현(21·1m97㎝)이 각각 21개와 12개 리바운드를 잡았다. 모비스는 함지훈(29·1m98㎝)이 트윈 타워와 맞서야 했지만 전반에만 파울 3개를 범해 오래 뛰지 못하며 2리바운드에 그쳤다.

이종현

 주인공은 이종현이었다. 이종현은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27점)을 했고, 기록을 넘어 화려한 농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속공에 이은 덩크슛, 압도적인 리바운드, 승부처에서 한 방 등 40분 내내 코트를 휘젓고 다녔다. 이승현은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9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풀타임을 뛰며 이종현을 도왔다.

 트윈 타워의 위력에 골밑 공격이 막힌 모비스는 경기 초반부터 3점슛을 난사했다. 총 32개의 3점슛을 던져 8개만 성공했다. 외곽슛에 능한 천대현(29·1m93㎝)의 슛이 번번이 림을 빗나갔다. 모비스는 박구영(29·1m85㎝)이 중요한 때 3점슛을 넣어주며 쫓아갔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구영도 손가락 부상으로 나갔다. 문태영(35·1m94㎝)이 25득점·11리바운드로 고군분투했지만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경기를 조율한 베테랑 포인트가드 양동근(32·1m81㎝)은 11득점·9리바운드를 올렸으나 어시스트는 2개에 그쳤다.

 유재학(50) 모비스 감독은 “높이와 체력에서 모두 뒤졌다. 4쿼터 막판 수비가 너무 아쉬웠다” 며 패배를 인정했다. 형님들을 제압한 이종현은 “전반에 너무 쏟아부어서 힘이 빠졌는데 관중들이 내 이름을 계속 연호해줘서 힘이 났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22일 결승전에서 상무와 만난다. 지난해 첫 대회 우승팀 상무는 SK를 75-61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윤호영(28·1m97㎝)이 20득점·11리바운드를 기록했고, 허일영(28·1m95㎝)이 3점슛 6개 포함, 23득점·6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글=박소영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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