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별「시리즈」 한국의 가정|고부간의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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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어머니는 대학은 안나오셔도 이해가 많고 너그러우시다. 나의 아내도 최고교육을 받았고 올케밑에서 자랐기때문에 결혼전에도 시어머니와 며느리관계를 어떤 처녀들보다 잘이해하는 여자였다. 그런데 요즘 결혼 1년도 못돼 두사람의 불화는 극에 달해있다.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이럴바엔 공부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집안의 두여자 사이에서 이렇게 비명을 지르는 한남성은 『모성의「이미지」로 연결해왔던「여자」라는 말에 회의를 느낀다』고 심각하게 말한다.
현대사회의 상징으로 우리는 핵가족제를 들수 있다. 요즘 한국은 도시서부터 시작, 차차 부부중심가족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시부모를 모시고 인종을 미덕으로 「참는 생활」만을 해왔던 며느리들이 점점 줄고 또 서구사상의 도입과 함께 그「미덕」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여성들이 늘어왔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선 장남은 부모를 모시는 가정이 많고 이는 여학사들의 배우자 선택조건이 유독 「차남」쪽으로 쏠리는 것으로도 잘 알수 있다.
시부모를 모시고 있는 가정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함께 살고있는 가정 속의 불화는 어느때 보다 심각하고 격렬하다고 한다. 현대는 함께 살기엔 너무 복잡하고 그만큼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아직 훈련이 덜된 가족들이 많기때문이라고 볼수 있다.
여자들이 시부모를 회피하는, 그리고 함께 살 경우 일어나는 「트러블」의 원인은 사생활,특히 부부관계의 침범, 습관의 차이, 경제권의 문제에서 오는 것 들이다.
의식하든 못하든 시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을 며느리에게 뺏겼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불과 몇십년의 차이지만 시대변천이 하도 빨라서 한계단 젊은세대를 「이해」 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옛날의 「악덕」이 요즘엔 「자연스러운 것」으로 된것이 하나 둘이 아니니까.
며느리의 입장은 어떠한가-.
『아들을 독점하려는 어머니를 어떻게 의좋게 공경할수 있겠어요.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로 며느리를 무시하는 일은 없어야지요. 』 「구식 시어머니」와「신식며느리」의 불협화음.
유교적 가치관에서 서구적 핵가족제로 바뀌어가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선 불가피한 충돌이라고 학자들은 진단한다.
가정법률상담소의 통계를 보면 남편과 시부모 등 직계존속의 학대로 인하여 이혼하는 경우가 21·5%를 차지한다. 이중의 대부분은 홀어머니를 모시는 가정이라고 한다. 남편에 대한 관심을 아들에게로 몰아 퍼붓기때문에 불화의 도가 더 깊어지기 때문이겠다.
『고부간의 갈등은 서로가 인간적인 관계를 갖지못하기 때문』이라고 TV 「드라머」에서 이문제를 자주 다룬 방송극 작가 임희재씨는 지적한다. 서로가 상대방에게 정신적인 압력을 주면서 간섭하려하기 때문에 부딪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가정 안에서 각 가족의 사생활이 지켜지는 서구적 사고가 생활화하지 못하는 현실에선 『동거를 피하는길이 최선의 방향』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너무나도 분화된 가족은 그나름대로 불편한 점이 많아져 요근래 몇몇나라에선 부모를 모시는 부부들에게 국가에서 경제적 보조를 해주며 가족의 불화를 막으려고까지 한다.
인간적인 관계「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대립적 선입관을 떠나 한가정의 일원으로 상대방을 「대접 해주는 그런관계가 이루어진다면 어른의 경험이 젊은부부들에게 고맙게 받아질것이다.
이와같은 「좋은 방향」은 다행스럽게도 우리사회에서 점점 열려지고 있다.
이대사회학과 조사에 의하면 젊음중일수록 시부모의 간섭을 적게받고 그 간섭의 도도 가벼워진다고 말한 사실은 분명히 밝은 예고임엔 틀림없겠다.<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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