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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번지는 내 집만…|주거 표시제도 개혁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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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무부가 실시키로 한 주거 표시 제도는 우리 나라의 지번과 가옥에 대한 하나의 개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때까지 우리 나라의 주거 표시는 ①지번 (지적도상의 번호) ②통 반 ③한국 전력이나 수도국에서 임의로 붙인 번호 ④주택 단지나 아파트 등의 주택 번호 등으로 나타나 많은 혼란을 빚고 있었으나 이를 정리함으로써 한 지번으로 가옥과 대지에 통일적인 번호를 붙인다는 것이다.
지번은 이조 시대엔 집에만 번호를 붙인 호번 제도였다가 1913년에 토지 조사령이 발표되어 세금을 거두기 위한 목적으로 토지를 특정시키는 부호로 사용된 것이다. 이후 부동산이 재산권을 갖게 되어 등기 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토지 표시로 사용하게 됐고 이것이 호적법에 의한 호적 표시로 겸용되어 이때까지 쓰여왔다.
이 같이 토지 소유권의 표시 부호인 지번은 국가가 근대화하고 특히 대도시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유동성 있는 주거의 표시 방법으로는 부적당하고 행정 수행상 큰 혼란을 빚은 사례가 많아 새로운 주거 표시 제도의 실시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주거 표시의 이 같은 혼란은 먼저 ①한필의 토지가 넓기 때문에 많은 가옥이 같은 지번으로 표시되든가, 한 개의 가옥이 수필의 토지에 걸쳐 세워져 어느 지번에 따라 주거를 표시해야할지 불분명하며 ②지번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어디까지가 몇 번지의 토지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고 ③토지 한필을 나누게 될 경우 지번 아닌 부번호와 결번호가 마구 파생되어 사용되고 ④지번 구역이 시 군 읍 면 동이나 이로 정해지므로 여러 구역을 합쳐 지번 구역으로 하고 있을 경우도 부번호가 생겨 국민 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행정 수행상 많은 지장을 낳고있다.
뿐만아니라 우편 배달의 지연과 혼란을 낳기 일쑤로 해마다 우리 나라의 우편물 접수 건수 중 1∼2%가 번지를 찾지 못해 돌아오는 실정이다. 체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65년도의 총 접수 건수 3억6천3백7만9천29건의 우편물 중 1·17%인 4백24만9천8백86건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반송되고 있으며 방문인의 시간 낭비와 되돌아가는 예도 부지기수인 것이다.
내무부가 조사한 바 (67년도)에 따르면 1개 번지에 1천세대 이상이 밀집한 지역은 서울의 24개 지역을 비롯, 부산이 9, 대구 3, 광주 3 등 모두 39개 지역으로 우편 배달 불능 지구로 아직까지 정해져 있다. 일본의 경우 11년 전에 일본 신문 협회, 도시 계획 협회, 우정성, 전국 시장회 등 유력 단체로 지번 정리 협의회를 구성, 주거 표시 제도의 필요성을 자치성과 법무성에 진정함으로써 62년5월 주거 표시에 관한 법률이 공포, 5년 후인 67년3월31일에 완료됐다.
주거 표시 제도를 실시하기 위한 작업은 호적부, 주민등록부, 인감대장, 선거인명부, 기타 학령부, 외국인등록원부, 가옥대장, 급수대장, 토지 및 건물등기부, 운전면허증, 지적도, 지도 등을 모두 바꾸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작업은 내무부뿐만 아니라 대법원, 체신부, 국세청, 법무부의 협조 없이는 완성할 수 없는 국가 사업이 되고 있으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는 것이다. 작업 과정에서도 토지 소유권의 혼란이 일어나고 호적·병적 등 각종 민원 사무와 행정에 큰 혼란을 빚을 난점을 안고 있다. 이 같은 난점을 관계 당국이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 이 제도의 성패를 판가름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난관을 이겨 5년 후에 이 제도가 실시되면 우선 각자의 주소는 현재의 『×시×구×동×번지』라는 표현 대신 『×시×구×동×가 (또는 로)×호』로 거리 명칭과 새 번호를 붙이게 된다. ×호는 현재의 ×번지 같은 지번이라기 보다 대지와 가옥의 통일된 번호가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거 표시에 통반을 붙일 필요가 없게되나 통반은 행정상으로만 편의로 남게 된다. 각종 공부는 시 읍 면 동이나 세무서 등 관공서와 일부 공공기관에서 자동으로 새로운 주거 표시로 바꾸게 되나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 등기 관계의 소유자의 주소표시의 변경과 각종 면허증의 주소를 바꾸는 것 등 일부 사무는 일정한 수속을 주민이 해야한다.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겪고 실시될 주거표 제도의 효과는 무엇일까. 먼저 국민은 이때까지 없던 자기 가옥의 번호를 갖게 되며 다른 지구의 친지나 관공서, 민간 기업체 등을 찾아갈 경우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음 행정 기관은 중앙의 시책이 즉각 가정까지 전달되는 행정의 신속화와 과학화를 기하게되고 세무 당국은 가옥을 파악, 가옥세나 기타 세금 부과와 징수에 신속을 기할 수 있다. 또 체신부는 우편물이 주인을 찾지 못하는 불행이나 지연을 없애며 서비스 시대의 운수업자나 백화점이나 상점의 배달 업무가 신속, 정확을 기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전력 회사, 보험업자, 월부 판매 업자, 금융 관계 업자 등을 가정과 직결시켜 수금 업무의 능률을 올릴 수 있고 병원 등 의료 기관의 응급 환자 처리를 신속히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1개 번지 안에 1천 가구 이상이며 번지 배열이 일정치 않은 지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내무부가 67년도에 조사한 것으로 약간의 변경이 있을 것이며 괄호 안은 가구수)
◇서울 ▲홍제동 산1 (1천3백) ▲응암동 산8 (2천5백) ▲동 산7 (1천) ▲천연동 산4 (1천) ▲북아현 동산 32∼l (2천) ▲동32∼2 (1천50) ▲홍은동 산1∼8 (1천5백) ▲대현동 산9 (1천) ▲도화동 산8 (1천5백) ▲현저동 산2 (1천) ▲공덕동 585 (1천2백50) ▲한강로 3가 40 (3천) ▲동 3가 63 (1천) ▲용산동 2가 8 (5천) ▲한남동 산13 (3천) ▲보광동 산4 (2천) ▲청량리동 산1 (1천) ▲제기 3동 137 (1천1백) ▲답십리동 12 (l천5백) ▲용두동 13l (1천2백) ▲용두동 55 (1천5백50) ▲이문동 산6 (1천)▲종암동 산18 (1천10)
◇부산시 ▲영주동 산1 (1천1백50) ▲초양동 45 (1천70) ▲수정동 산17 (1천) ▲범일동 252∼9 (1천8백15) ▲거제동 664 (1천3백) ▲당감동 253 (1천7백) ▲범전동 129 8(1천2백) ▲동58 (1천5백) ▲신선동 2가 134 (1천1백)
◇대구시 ▲동인동 1 (1천1백) ▲대봉동 121 (1천1백50)
◇광주시 ▲계림동 1구 505 (1천2백60) ▲임동 100 (1천1백) ▲방림동 (1천) <주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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