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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의약품 공급 거부는 공정거래법 위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의약품 도매업체 A사는 2010년 의약품을 공급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의약품을 생산·공급하는 제약사에 제품 공급을 요청했다가 거절 당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헤파빅 10㎖다. 이 제품은 녹십자만 독점 생산·판매한다. 소량 구입하는 것도 아니다. A사는 서울대병원에 의약품 납품업체로 선정돼 연간 3만 3600바이알을 공급한다. A사는 "녹십자가 해당 제품의 물량이 한정돼 있어 제품을 공급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다른 의약품 도매업체에는 제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했다"고 말했다. 결국 A사는 제때 약을 공급하지 못해 서울대병원에 납품지연 배상금을 지불하고, 비싼 값에 다른 도매업체에 제품을 구입해 병원에 납품할 수 밖에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무런 이유 없이 특정 업체에 의약품 공급을 거부한 제약사에 불공정거래로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헤파빅10ml 공급요청을 거절당한 의약품 도매업체 A사가 공정위에 불공정거래행위로 녹십자를 고발하면서 이뤄졌다.

본래 A사는 지난 2010년 2월 26일 서울대병원 정주용 헤파빅10㎖ 구매입찰에서 낙찰자로 결정됐다. A사는 이후 서울대병원에 이 제품을 2010년 5월 1일부터 2011년 4월 30일까지 1년간 바이알 당 보험 기준가인 23만 8000원에서 2.3% 할인한 24만 2296원에 총 3만 3600바이알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제품을 독점 생산·공급하는 녹십자는 물량이 한정돼 있어 추가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A사의 제품 공급요청을 거절했다. 녹십자에 제품을 공급받지 못한 A사는 다른 도매업체 B사를 통해 제품을 구입해 서울대병원에 공급했다. 하지만 낙찰가보다 더 비싼 가격인 바이알당 24만 8000원에 구입해 공급했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녹십자는 A사에 제품을 공급하던 도매상 B사에 기존 23만3120원(할인율 6%)에 공급하던 것을 24만 1304원(할인율 2.7%)로 인상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제품 납품이 늦어지자 일부 물량을 수의계약으로 구입하면서 당초 납품 예상가보다 비싼 가격인 바이알당 24만 7760원(할인율 0.5%)에 구입했다.

A사는 지연 배상금과 낙찰가와 타 도매상으로부터의 구매가격 차이로 인한 손해 등 총 1억 5000여만 원 상당의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공정위는 "녹십자가 이 제품을 전년도 보다 초과 생산했고 페널티 없이 물량조정이 가능해 소량 생산·공급할 수 있었다"며 녹십자의 제품 공급 거부는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독점적 지위에 있는 제약사가 병원의 의약품 경쟁입찰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 시켜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 이익이 줄어든다는 분석에서다.

다만 ▲녹십자가 부당이득을 얻었다거나 ▲거래 상대방이 입은 피해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향후 금지명령만으로도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대형병원 의약품 공급 시 특정 도매상 위주의 거래를 통해 제약업체가 의약품 유통시장의 경쟁을 억제하고 약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의약품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도매업체의 경쟁이 늘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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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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