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확대 급제동 … 인천·경남·대구·경북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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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무상급식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경기도가 내년도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한 데 이어 인천과 경남도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내년에 무상급식을 확대하려던 계획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지역 내 전체 초·중·고생 절반가량에게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은 당분간 대상을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가 20일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 배정 계획을 알아본 결과다. 세금을 늘릴 것인가, 복지를 줄일 것인가 하는 복지-증세 논란의 여파가 무상급식에까지 번진 것이다. 그러나 시·도 교육청들은 무상급식 대상을 예정대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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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확인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에서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인천시는 내년에 전체 중학교로 대상을 넓히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무상급식을 확대하려면 내년에 200억원이 더 필요한데 재원 마련이 어려워서다. 올해 인천시의 무상급식 지원금은 267억원이었다. 인천시 측은 “취득세율 영구 인하에 따라 내년 세수가 줄어들 텐데 아시안게임처럼 돈 쓸 곳이 많아 부득이 무상급식 확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경남도 역시 내년에 전체 초·중교에서 무상급식을 하려던 계획을 미루기로 했다. 올해처럼 초등학교 전체와 읍·면 지역 중학교, 그리고 도시 지역에선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인 중·고생 등에게만 무상급식을 준다는 방침이다.

 경남처럼 일정 소득 기준을 정해 무상급식을 하는 대구·경북 역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구시 채홍호 기획조정실장은 “무상급식을 늘리기보다 학교 시설 개선 등 다른 생산적인 분야에 예산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한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대구는 현재 전체 초·중·고생의 45%, 경북은 50%에 대해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들은 예정대로 무상급식을 늘려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원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이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무상급식은 광역지자체와 교육청, 기초지자체가 분담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광역지자체는 많게는 전체 예산의 60%까지를 지원한다.

 광역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무상급식 확대를 보류하는 것은 경기도가 내년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한 데 힘입은 바가 크다. 내년에 취득세율 인하에 따라 모든 지자체 세수가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도는 재정난을 이유로 올해 860억원이었던 관련 예산을 내년에 전부 없애기로 했다. <본지 8월 16일자 10면> 그러자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눈치를 보던 지자체들이 뒤따라 나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익명을 원한 인천시의 한 공무원은 “최근 ‘증세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제도를 재검토할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정부가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를 더 거두려다 강력한 반발에 부닥친 사태를 놓고 하는 얘기다. 이로 인해 “증세가 아니라 복지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지자체도 복지제도를 재점검하게 됐다는 것이다.

 광역지자체 지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복지 예산 중에 특히 무상급식이 타깃이 된 것은 광역자치단체가 반드시 재원을 분담해야 하는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기본적으로 교육청 예산으로 실시하는 것이며, 광역·기초지자체가 얼마를 분담할지는 자율적으로 논의해 정한다. 심지어 지자체가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부산은 재정난을 이유로 광역·기초지자체가 지원을 전혀 하지 않아 교육청 예산으로만 초등 1~5학년만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 김필헌 박사는 “지금까지는 수혜자만 생각해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저런 복지정책을 확대하기만 해왔다”며 “앞으로는 지방 재정을 살핀 뒤 문제가 있다면 중단할 것을 골라 과감히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란·안효성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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