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시끄러운 곳서도 스마트폰 써…몰입 가능한 음질 개발해야 통하겠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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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어디예요?” 돌비 모바일사업부문 부문장 존 쿨링(40·사진) 부사장이 매일 아침 돌비코리아 직원들에게 했던 질문이다. 그는 7월 초부터 한 달 동안 한국에 머물며 직원들이 일러준 대로 명동, 강남역, 홍대, 잠실 야구장과 곳곳의 카페를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찾아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사람들의 손, 더 정확히는 스마트폰만 봤다. 때때로 동행했던 직원이나 가족들이 ‘이제 그만 좀 일어나자’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하루도 ‘관찰’을 빼먹지 않은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이 좋다는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어떻게 쓰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쿨링 부사장은 “사운드 시장은 원래 나라마다 특색이 달라 전략을 각각 수립해야 했는데, 요샌 한국의 트렌드가 곧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다”고 설명했다. 본사 임원이 특별한 행사도 없이 한 달간 한 나라에만 출장을 가는 건 전례가 없던 일이지만, 쿨링 부사장은 “ 모바일 부문에서 제대로 전략을 짜려면 한국에 꼭 가봐야 한다”고 주장해 이번 출장이 이뤄졌다.

 돌비는 1965년 창업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영상 음향 기업이다. 원래 영화 음향 부문에 전체 연구개발(R&D) 투자의 절반을 할애했지만, 2008년 모바일 부문을 설립하고 비중을 넓히는 중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80% 늘며 전체의 12%(1억2000만 달러)로 커졌다.

 “앞으로의 모바일 사운드 시장은 음향의 품질이 관건”이라는 게 쿨링 부사장이 한국 소비자 행태를 분석한 결과다. 기존 휴대전화에선 상대방의 목소리만 잘 들리면 그만이었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겐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게임 사운드가 생생하게 들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나 카페 등 시끄러운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쓰는데 여기서도 몰입 가능한 음질을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설명했다. 또 스트리밍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 한국에선 북미·유럽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용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돌비 역시 SK텔레콤의 T스토어 스트리밍 서비스에 자사 시스템인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제공하는 등 발을 넓히는 중이다.

  쿨링 부사장은 “노트북에선 손에 땀을 쥐고 보던 영화가 스마트폰에서 이어보면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참사’가 이전엔 왕왕 발생했다”며 “향후 모바일에서도 가전제품과 균등한 품질의 음향을 구현하려면 가전 분야에서 50년의 역사를 가진 돌비가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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