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으로 아이들 지킨다 … 어르신들의 멋진 제2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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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차지한 부산 동래구 노인복지관 실버인형극단 단원들이 16일 부산시 당감동 한빛어린이집 공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송봉근 기자]

지난 16일 오전 10시 부산시 부산진구 한빛어린이집 3층 강당. 할머니와 할아버지 5명이 검은색 티셔츠와 모자를 쓴 채 무대에 등장했다. 이들의 한쪽 손에는 모두 인형이 끼워져 있었다. 노인들은 아동성범죄 예방을 주제로 한 인형극 ‘다솜이네 가족’을 공연했다. 20분간 손에 끼운 인형을 움직이며 대사를 주고받았다. 관람석의 유치원생 100여 명은 신기한 듯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김군자(70) 할머니는 "인형극을 하면서 아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어른들이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부산 동래구노인복지관 내 실버인형극단 ‘I Keeper(아이 지킴이)’ 멤버다. 20일 제20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서 대상을 받은 실버인형극단은 2010년 20명으로 구성됐다. 단원은 주로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이다. 초등학교 교감, 부산 자갈치시장 곰장어구이집 사장, 전업주부 등으로 연극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다. 노인복지관에 다니면서 취미로 인형극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인형극을 공연하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감 출신인 김무남(69)씨는 “단순히 흥미를 느껴 인형극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제2의 직업이 됐다”고 말했다. 인형극단은 5명씩 모두 4팀으로 나눠 활동한다. 매주 한 차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찾는다. 지금까지 5000여 명의 어린이에게 120여 차례 공연했다. 공연 요청이 잇따르면서 활동 구역이 부산 전역으로 확대됐다.

  동래구노인복지관 박재용(31) 복지서비스팀장은 “어르신과 어린이의 소통의 장이 인형극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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