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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질서 망가뜨린 "딱지 부대"|「부도 사기」조직…그 수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액면을 써넣지 않은 백지수표 1장에 2만원』-검찰은 최근 시중의 자금사정아 크게 달리자, 부정 수표 및 부정어음을 만들어 팔아온 조직적인 부도수표 사기단이 신용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음을 밝혀내고 이들 조직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2만원에 사들인 백지수표로 수십 만원에서 1천만원대의 당좌수표를 만들어 뿌려놓는 이른바 딱지부대의 조직은 이제까지 드러난 것만도 모두 8개 파. 14일 첫 케이스로 검찰에 구속된 「노량진 아줌마」 파의 이정애(49·여) 방낙우(40)·나철수(39) 등 3명은 딱지 부대로 불리는 이들 그룹에서도 가장 지능적인 조직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범행을 보면 두목 격인 이 여인이 먼저 당좌개설에 필요한 보증금 및 초입금을 제공하면 이를 방의 명의로 은행에 넣고, 나는 은행직원 신용 조사소 직원들과 친분을 맺으며 당좌개설을 위한 기초공작을 한다. 초입금을 넣은 다음엔 이틀이 멀다하고 인출과 예입을 번갈아 한다.
검찰에 압수된 방 명의의 당좌 예금 통장을 보면 69년2월1일 초입금 30만원 예입, 이틀 뒤인 3일 18만원 인출, 4일에는 15만원 예입, 다시 6일에는 10만원 인출 등 2개월 한달 동안 같은 돈을 액수만 바꿔가며 16차례나 넣었다 빼곤 해서 예입·지출 금액 난을 가득 채워 거짓거래 실적을 꾸몄다.
금융단의 협정에 의하면 당좌 개설은 한낱 평균잔고(평균잔고)가 매일 30만원이상이면 적격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기범들은 목돈과 푼돈을 적당히 넣고 빼며 잔고를 조정한다.
한달 뒤 개설 허가와 함께 협정인이 찍힌 50장 짜리 당좌수표 책을 받으면 발행자는 명의 대여료로 20만원, 다른 공범은 교제비등을 현금으로 받고 판매책·중간 브로커 등을 통해 액면에 관계없이 한 장을 2만원씩에 팔아 넘긴다.
같은 방법으로 지불을 하는 은행도 약속 어음 용지는 한 장을 1만원씩에 팔고 있다.
검찰조사로는 이들 중요 거래처는 명동 입구의 암 달러 골목 B다방, K 빌딩 등지. 그들 주변엔 중간 브로커들만도 줄잡아 3백여명, 무허가 하숙을 전전하며 전문으로 명의만 빌려주는 뜨내기도 1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한 수사관은 이골목안에서『×은행권 ×만원 짜리 딱지 몇 장』하는 거래가 거의 공공연하고, 「노량진 아줌마」이외에 장모, 이모, 유모 등 거물급들이 지난 4, 5년 동안 활개를 쳐왔는데도 수사당국의 손이 뻗치지 않은 점을 의아해했다.
이런 부정 수표, 약속 어음은 여러 차례 브로커 손을 거치며 ①선이자를 떼고 현금과 교환 ②사기꾼들에게 넘어가 안면 있는 도매상에서 물품과 교환, 도망치거나 ③액면이 큰 것은 토요일 등 공휴일 전날 자기 예금 통장에 넣어 예금액을 늘린 뒤 타점 수표를 조회하기 전에 통장과 도장을 물건 또는 현금과 교환, 도망치거나 ④부정수표라는 것을 아는 소상인들에게 넘겨 물건을 가져다 팔며 지금 기일 전에 값을 갚게 하는 등의 수법을 쓰여진다.
그러나 이들이 좀처럼 꼬리를 잡히지 않는 것은 현행 부정 수표 단속법이 명의자나 작성자를 1차적으로 처벌하게 되어 있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명의 대여자를 붙잡기 힘들고, 부도가 나 크게 말썽이 생길 때는 점조직의 브로커들을 통해 액면이 큰 2, 3장을 도로 거둬들여 회수 실적을 높여 교묘히 법망을 피하는 등 조직적인 수법을 써왔다.<정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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