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문제 세미나|캠퍼스의 자가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3, 14일 양일간「아카데미·하우스」에서『대학문제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전국30여대학생지도교수들의「세미나」를 가졌다. 이모임에서는 대체로 지금의 대학문제가 대학외적요인으로 진통을 겪고 있으며, 대학 내적 불만으로 번지게될 앞날에 대비하여 그 적절한 해결의 틀을 강구하고 학생이 머무르고 싶은 대학을 교수자신이 앞장서서 만들어 가야 한다는 데로 의견을 모았다. 대학에 대한 행정적 간섭이외에도 대학생의 의식구조에 영향을 주고있는 주요한 사회적 요인에 대해 고영복 교수(서울대)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①사회체제의 하향성 ②정치체제편성의 사회구조와의 분리 ③증대되는 교육으로 사회 해체현상을 초래하고 이는 또 하극상을 유발 ④비정상적인 사회계층이동 ⑤그들을 대변할 압력단체의 부재 등.
이런 요인들은 대학의 이념에 심한 갈등을 안겨다 줬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대학생은 산업화과정에 공헌하면서도 반 산업화의 의식구조를 가지며, 관료사학에 대해 배타적인 한편 매력을 갖고, 대중화되어 가는 대학에 다니면서「엘리트」대우를 받고싶어 한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이런 바탕 위에서 오늘의 대학문제를 다음 몇 가지로 분류했다.
①반발적 가치관을 가진 학생이 「서클」의 「리더」가 되고 있다. 각기 다른 가치관 위에 움직이는 전체「서클」을 통합할 수 있는 가치관의 정립문제 ②교수-학생관계가 소원하게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교수방법의 개선방안 ③대학운영에의 교수참여 ④복지시설을 갖춘「캠퍼스」 ⑤대학자치의 문제 ⑥직업보도의 문제 등이다.
대학생이 머무르고싶은 대학은 과연 어떠한 내용이겠는가. 이를 이영덕 교수(서울대)는 물리적 시설도 중요하지만 젊은 의욕이 가득 찬「캠퍼스」라고 전제하고 이는『대학생활과 사회현실의 괴리를 극복하고 장래에의 희망을 고취하는 교수활동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양대 이해남 교수는 오늘의 교수불신에까지 번진 교수-학생관계를『교수의 기계적 학생접촉태도에서 찾았다. 이 교수는『각박한 시간 속에 만나고 헤어지는 교수-학생의 관계가 무슨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교수 자신의 가르치겠다는 의욕과 즐거움이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학행정가와 경영자가 교수의 의욕을 증진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만 강의시간을 통해 얼마든지 대화의 광장을 가질 수 있음에도『학생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겉만 맴도는 태도로 말미암아 오히려 간격이 확대된다. 심지어는 학생과의 대학소재를 만들지 않도록 애쓴다』는 전 참가교수들의 반성론이 나왔다.
교수-학생관계에서 교수자신에 문제가 있다는 논의는 더 진전되었다. 김용권 교수(서강대)는 휴강과 권함를 동일시하는 착각은 이제 씻어버릴 때가 됐다고 했다. 이에 신용일 교수(공주사대)도 외국의 예를 들면서 한국대학생도 휴강에 항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학구활동에 대한 장애요인을 검토하는 구체적인 토의에서 김봉조 교수(영남대) 는 『대학의 신입생들은 전에 없던 자유를 구가하면서도 심한 소외감을 갖는다. 이는 전공교수와 접촉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학년1학기에서 학구활동이 가장 침체되어있다』고 진단, 이를 해소하지 못한 학생은 2학기에 군 입대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과제를 많이 주고 빈번한 접촉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경열 교수(경희대)의 말처럼『고교교육이 잘못되어서 과 선택에 적성이 맞지 않고, 고등학교에서 끝냈어야 할 일들이 대학에 연장되어 심오한 진리탐구의 겨를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학생의 현실』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학생을 학구의 자세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이영덕 교수는 교수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