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6년 졸업반 됐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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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가 오래간만에, 정말 오래간만에 열리게되어 다행입니다.』이효상 의장의 개회사다.
11일10시5분전. 신민당의 김영삼·이민우·박한상 의원에 뒤이어 김재광·송원영·이중재·박기출 의원이 들어서고 유진산 당수가 맨 앞줄의 자기자리에 앉아 국회를 향한 이른바 숙연한 전진이 이루어졌다.
먼저 의사당 안에 들어와 있던 공화당의원들과 각료들은 차례로 들어서는 신민당의원들을 반갑게 맞았는데 정구영·최치환 의원은 야당의석을 한바퀴 돌며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고 정일권 총리, 김학렬 부총리, 백선엽 교통, 김영선 통일원장관도 야당 의석에 들러 인사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의사당 안에서 자리를 같이 했지만, 여·야는 대립된 전략 때문인지 신경전도 없지 않았다. 공화당은 박대통령이 공한을 보냈다해서 정부의 안보·경제 등 보고를 선행해야한다는 주장인 반면, 신민당은 대 정부질문에 김을 뺀다 해서 이를 반대.
이 의장은 조정을 위해 총무회담을 주선했는데 김진만 공화당총무는『이미 무력해진 총무회담을 해선 뭣 하느냐』면서 일부러 늑장을 부리기도.
신민당 소속의원에게는 2백39일만의 등원인 11일 42명의 소속의원 중 신당에 관여하고 있는 조한백·장준하·박재우 의원과 지방에 내려간 박순천·박병배·편용호·김옥선 의원 및 전진오·이재형·조윤형·정운갑·김정렬 의원 등 12명이 출석하지 않았고, 아침 9시에 등원한 유진산 당수와 정해영 총무 등은 국회신민당 대표위원 실에서 잠시 국회대책을 협의했다.
정해영 총무는『그 동안 원외 총무 노릇만 하다가 진짜 원내 총무 일을 하려니 얼떨떨하다』면서『앞으로는 여·야가 싸움질만 하는 듯한 인상을 씻고 정말 진지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 했고, 일찍부터 독자등원을 주장해온 송원영·김상현 의원 등은『한동안 가출했다 제집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정일권 총리는 11일로 취임 여섯 돌. 이는 우리 나라 총리의 평균 수명 11개월을 1년으로 올려놓는 기록적인 장수가 됐다.
지난해 취임 5주년을 스스로 국민학교 5년생에 비유했던 정 총리에게 11일 아침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이제 국민학교 6년 생으로 졸업반이 되었다』면서 웃었다.
그럼 무시험진학을 하는 거냐고 했더니『국회에 나가야 할 시간』이라면서 총총이 총리실을 나섰다.
취임 6주년은 평상대로 보냈고, 기념선물로는 내각기획 조정실의 정 문교수단이 보낸 스테인리스로 된 기념패 하나 뿐. (그림은 정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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