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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에 새긴 한국의 전통|이순석씨 석공예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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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 석공예의 제1인자인 하나 이순석씨는 5일 한국수출「디자인·센터」(서울대미대 구내)에서 제4회 개인전을 개장했다. 금년 65세의 이씨는 높이 2m의 거대한 돌덩이를 포함하는 근작 85점을 이번 출품했다.
오랫동안 몸담아온 서울대 미대를 정년 퇴직한 노작가는 오히려「아트리에」에 묻혀 제작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환한 표정.『다듬고 만지는 때가 가장 즐거워요.』
이번 그의 현대 석공예전은 예부터 옥석으로 통칭돼오는 대리석과 조석만을 다뤄 수조·수반·화기·석상·분수·성물등 비교적 대작들이며 유관순의 석상 1점도 곁들여 전시하고 있다. 돌은 모두 국내생산품.
『국산돌은 질이 좋기 때문에 원석으로 수출해서는 큰 손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연마해서 가공품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국산 대리석만도 약 3백종을 헤아린다고 한다. 그 밖의 것까지 합쳐 조각 및 공예용의 돌은 5백∼6백종. 하천에 굴러있는 돌 하나라도 가려 쓴다면 버릴 것이 없다는 그의 지론이다.
출품작가운데 대작은『용』『총석정』『금수강산』등의 이름을 붙인 산수풍경의 수반과 수조.『산수』라 명명된 조석작품은 백제때의 산경문박 혹은 민화적인 분위기의 풍치이다. 이씨는 우리나라의 옛도자기를 여러모로 변형시켜 새로운 감독을 구하고 있다.
신라토기의 고배를 변모시키고 또는 기마토우에서 출발한 조석수반 청자매병의 무늬와 선을 딴 수반, 목침을 주제로 하여 꾸민 백대리석의 수반등 그 형태면에서 우선 우리의 눈이 익숙한 작품들이다.
『고래로 우리는 석공예의 나라가 아닙니까. 석탑·불장등 석물에서 우수한 솜씨가 두드러지는데 그 중에도 석등은 세계에서 가장 무르익은 심미안으로 다듬어진 것이요, 또 이조의 석물중에도 석련지 따위에 얼마나 소박하고 아름다운게 많습니까.』고려이전이 신앙에서 시작된 화강석 공예의 시대였다면 이조는 기물을 중심한 옥석공예의 시대. 그것은 특히 백자나 목공예 품이 보이는 바와 같이 별로 꾸밈이 없으면서 구수한 정취가 우러난다. 지난 1세기 동안에 옛 장인들의 돌 다루던 솜씨는 거의 끊어졌지만 지금 이씨는 옛 명장들의 기능을 일깨워 오늘의「이미지」로 재현시키자는데 그의 뜻이 있다. 그는 화강석을 적게 다루는 편이고 역시 대리석이 주재료. 짐짓 욕심을 내여 섬세하게 다듬어 내려는 개성때문이다.
그는 이번 무늬 있는 대리석의 돌결을 살펴본 몇개의 실험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성자상·성모·여상등은 거의 자연형태의 돌을 배치함에 따라 전혀 다른 효과를 거두려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성물들은 모두 비매품.
그는 아직 국산들을 탐색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작품값은 소품 3천원에서 비롯해 1만5천원 내외.『용』은 2백만원에 홋가되고 있으며 이번 출품작 전부를 해외로 가져가겠다고 나선 일인까지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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