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년 왕통의 종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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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조왕가의 마지막 임금인 27대 순종의 대를 잇기로 돼 있던 황태자 이은씨가 1일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이씨 왕조의 역대왕통은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이은씨는 1897년에 엄비 소생으로 경운궁(현 덕수궁)에서 출생하여 10세에 영친왕으로 책봉되어 황태자가 되었다.
영친왕이외에 흥친왕, 의친왕등 직계왕자가 몇사람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그 후손만이 몇사람 생존한다. 이은씨의 아들인 이구씨가 악선재에 살고 있고, 의친왕 이강씨의 맏아들 이건씨가 일본 기옥현에 둘째아들 이우의 자손인 이청씨가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등 그밖에도 의친왕의 아들은 14명이나 있다. 이것이 대원군이후 직계왕족의 전부이다.
대원군은 인조의 왕자인 인평대군의 5세손인 남연군 이구의 네 아들중 막내이다. 남연군은 뒤지대왕(장헌세자)의 제3자 은신군의 양자로 돼 있었기 때문에 아들이 없어 왕통을 계승키 어렵게 된 이조말기에 그 대를 잇는 행운을 얻었다.
대원군에게는 본시 서장자가 있었는데 고종즉위 초년에 모반 사건이 일어나 사약이 내려졌다. 또 고종의 형으로 완흥군이 있었으나 후사가 없다. 결국 고종의 세 아들이 이 왕족의 대를 잇고 있는데 순종 역시 후사가 없고 이강, 이은 양씨만이 손이 있을 뿐이다.
고종은 민비와 결혼하기전에 궁인이씨의 소생으로 완화궁에 있었으나 어려서 죽었다. 그리고 민비 사이의 소생이 순종. 그밖에 장귀인 소생으로 의친왕 이강, 계비인 셈인 엄비의 소생으로 이은, 양귀인 소생으로 덕혜옹주가 있다. 1963년 이은씨의 귀국에 앞서 귀국한 덕혜옹주는 지금 악선재 수강재에 기거, 치료를 받고 있다. 고종을 모시던 궁인으로서 이귀인, 양귀인, 정귀인도 근년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이조왕가의 마지막 황후인 윤비가 별세한 것은 1966년. 지금 왕실의 보루처럼 지키고 있는 악선재에는 이은씨의 부인 이방자여사와 아들 이구 부부가 거주하고 있다. 이은씨는 이구씨에 앞서 맏이(진)가 있었으나 어려서 잃었다.
의친왕 이강씨는 부인 김씨와의 사이에 16남 12녀를 두고 64년에 칠궁에서 별세했다. 그의 많은 아들중 이건씨는 현재 일본의 기옥현에 살고 있다. 둘째아들 이우씨는 1911년 흥친왕이 후사없이 별세하자 그의 양자로 들어갔다. 그는 이은씨의 종무관으로 일본에 건너가 있다가 2차대전 말기에「히로시마」에서 원자탄에 의해 숨졌다. 그의 부인 박찬주여사가 흥친왕이 살던 운현궁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 그의 소생은 이청·이종.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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