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론많은「국립미술관」현대작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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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작년에 정식 발족한 국립현대미술관은 모처럼 만에 뜻밖의 현대작가전을 베풀어 1일부터 1개월간 개관하는데 그것이「국립미술관」이란 간판 아래서라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중평이다.
미술관측은 경복궁 관람객이 붐비는 계절이요, 요즘에는 외인관광객이 적잖으므로 한국의 현대미술을 보이기 위해 일부러 꾸민 것이라고 말한다. 기왕에 서양화「그룹」인 목우회가 공모작품 전시장으로 대여를 신청해 왔기 때문에 구색을 갖추기 위해 백양회원전을 열도록 권고 했고, 또 그 밖의 동양화가를 초대함으로써 동양화 3개실, 서양화 3개실로 안배, 전시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동양화의 경우에는 팔다 남은 구작이 대부분이요, 서양화는 역시 신진들의 작품인 까닭에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서 차마 걸지 못할 작품들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전부라고 내보이기에는 낯이 뜨거울 지경.
현대미술관은 지난봄 모여사의 개인전을 열도륵 자리를 내어 주었는데,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과연 그래도 좋은 일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거니와, 특히 이번과 같은 무책임한 초대전을 굳이 가져야 할지 재고해 봐야겠다.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혹은 일없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금년에는 운영위마저 안 두고 있는 미술관은 불과 2명뿐인 관리의 안목에 의해 발족 초창기부터 터무니 없는 오점을 거듭 찍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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