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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근무는 고역 중의 고역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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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수함 탐지용 항공기인 P-3나 링스 헬기, 함정과 잠수함의 소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잠수함 발견은 쉽지 않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음향탐지장비인 소나나 어군탐지기와 유사한 장비를 통해 음파나 전파를 쏴 발견한다. 항공기에 비해 저속·저고도로 운항하는 링스 헬기는 육안이나 능동·수동 소나를 이용해 시각과 음향으로 탐지를 한다. 하지만 층으로 이뤄진 바닷물과 조류는 음파나 전파를 굴절시키는 일종의 보호막이 돼 실전에선 잠수함 발견이 용이하지 않다.

 잠수함은 공기 공급을 위해 부상할 때 조심해야 한다. 헬기에 장착된 미사일이나 어뢰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물속으로 들어가더라도 곧바로 전파된 인근 함정 등에서 동시에 그물망 작전을 펴 폭뢰 등을 터뜨려 잠수함을 잡는다. 우리나라엔 10여㎞를 날아가 물속으로 들어가 잠수함을 찾아가는 홍상어(어뢰)도 있다. 일단 포착된 잠수함은 물 밖으로 나와 항복하지 않으면 계속된 공격으로 침몰된다.

 제1차 세계대전 말기에 독일 잠수함은 202대나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당시는 잠수함이 물속 깊이 항해하는 것이 어려워 항공기에서 식별이 가능했다. 최근에는 수백m 잠수가 가능하다. 승조원들은 잠수함 전용 신발을 신을 정도로 소음도 줄었다. 스노클링을 위해 부상하더라도 몸통을 드러내지 않고 빨대와 같은 파이프만 물 밖으로 내민다. 동체 색깔도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고동색으로 칠해 육안 발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미국 항모전단이 훈련을 위해 우리 잠수함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위치를 사전에 알려주며 유도를 했는데도 발견치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함정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초급 장교나 부사관들 가운데 선발한다. 승조원은 밀폐된 공간에서 근무해야 하고 창문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유사한 환경에 놓이다 보니 감각과 판단력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김 제독은 “잠수함은 소나 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지나가는지 다가오는지, 상선인지 함정인지, 적인지 아군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광화문 사거리에서 창문이 가려진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며 소리만 듣고 인근 차량의 종류를 분석해야 할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실상 기지 출발과 동시에 전투가 시작된다고도 한다. 일단 잠수를 시작하면 최대시속 37㎞(214급, 원자력 잠수함은 50㎞ 이상)로 ‘대충’ 목표 지점을 찾아간다. 물 위에서 GPS로 위치를 확인하고 잠수한 뒤에는 이를 기초로 관성항법으로 조류 속도를 보정해 가며 항해한다. 이처럼 감각적인 운항만으로도 하루 오차범위는 3㎞ 내외다.

 바닷속 한정된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해야 하는 잠수함 생활은 말 그대로 징역살이다. 잠수함을 잡기 위한 소나의 음파도 물속에서 굴절되는 상황에서 TV 시청은 꿈도 못 꾼다. 압력을 견디기 위해 창문도 없지만 암흑과도 같은 심해에선 시계만이 낮과 밤을 알려준다. 잠수함 안에서는 전등을 켜면 낮이고 끄면 밤이다. 커다란 깡통 속에서 근무 시간을 제외하면 독서나 운동이 유일한 소일거리다. 그러나 운동도 자제해야 하는 게 잠수함 승조원 생활이다. 잠수함과 함께 22년을 함께했던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당직근무를 할 경우 산소 소모량은 하루 24L지만 운동할 때는 26L가 소모된다”며 “숨 쉬고 나온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화학물질 사용비가 유류비의 3배에 달해 가급적 운동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방귀 등 생리현상에서 발생하는 냄새도 고스란히 승조원들의 코로 정화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작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기 일쑤다. 본인들은 적응한 냄새지만 주변에선 “사람 냄새가 이렇게 독하구나”라며 놀라곤 한단다.

 고양이 세수도 기본이다. 출항할 때 육지에서 물을 가득 싣지만 금세 바닥난다. 잠수함에는 바닷물을 정수하는 장치가 있다. 그러나 최대 하루 2000L가 고작이다. 40여 명의 승조원이 마시고, 음식을 하고, 샤워를 하기엔 태부족이다. 원자력잠수함의 경우 우리 잠수함보다 공간도 몇 배나 넓고 정수나 공기정화시설도 충분하지만 미국 잠수함 지휘관들은 가족들을 태우고 1박2일간 항해하는 자리를 수시로 마련한다. 가족들이 열악한 환경을 경험함으로써 승조원 생활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란다. 그럼에도 최근 잠수함 승조원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유사시 최선봉에서 공격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용수·정진우·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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