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땅 있어요" 주의보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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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54·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지난 18일 전화 한 통을 받고 고민이다.전화를 건 여성은 모 회사 직원이라며 “제주도 북제주군 온천개발지역의 땅을 사두면 5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마침 5천만원 정도의 여윳돈으로 재테크를 생각하고 있던 때여서 솔깃했다.국제자유도시 개발로 제주도에 개발 붐이 인다는 것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개발계획 등을 내세워 전화로 지방 땅을 과대포장해 파는 일명 기획부동산업체들이 다시 활개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제주도와 충청지역 토지를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계획으로,충청권은 행정수도 이전 등으로 관심을 끄는 곳이다.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투자 대상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발 묶인 여윳돈을 노리는 것이다.

기획부동산업체들이 소개한 땅 가운데는 개발계획이 불확실하거나 쓸모 없는 땅이 많아 피해 우려가 높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들이 권유하는 토지를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 실제 땅이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관청에 들러 개발계획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강남서 10여곳 활동=회사원 박모(43·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도 최근 충남 당진 땅을 사면 3∼4배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건 업자는 “수도권에서 공장이 몰려들 예정이어서 평당 23만원 하는 땅값이 머지않아 1백만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했다는 것.

박씨는 “현지에 알아 보니 7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쓸모없는 임야였다”며 “하마터면 사기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지방 토지 투자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획부동산업체는 서울 강남지역에 10여개 활동 중인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대부분 부동산과는 무관한 상호를 사용한다.30∼50명의 전화 상담원을 고용해 부유층이 많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가정집 등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괜찮은 땅이 있는데 고위층 등도 이미 샀다”며 안심시킨 뒤 관심을 보이면 방문해 달라고 귀찮을 정도로 조른다.

이들은 몇 만평 정도씩 대규모로 땅을 매입해 계약만 해놓고는 몇 백평씩 분할해 판다.개발계획 등을 설명하며 높인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한다.또 일부 업체는 땅을 판 뒤 전화번호를 바꾸고 사무실도 옮겨 문제가 있을 때 보상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돌공인 진명기 사장은 “아파트·오피스텔·주상복합·상가의 투자성이 떨어지자 고수익을 내세워 토지로 부동산 투자자금을 끌어 들리고 있는데 사전에 철거하게 검증해야만 손해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발 계획 불투명한 땅 많아=이들 업체들은 투자자들에게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땅을 팔아 이익을 챙긴다.대부분 불확실하거나 허위인 개발계획이 미끼다.

제주도의 경우 중문단지 인근 임야를 평당15만원,북제주군 세화온천지구의 땅은 20만원선에 투자자들에게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시세의 2∼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개발과는 무관한 쓸모 없는 땅이 많다.

충남 당진 C공인 박모 사장은 “땅이 괜찮은지 문의전화가 간혹 오는데 개발과는 무관해 별 가치가 없는 땅”이라고 말했다.그는 “직접 와보지 않고 거짓말에 속아 샀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북제주군청 관계자는 “서울지역에서 개발계획과 관련한 문의전화가 잦다”며 “상당수가 불확실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사실상 어려운 각종 규제를 숨기기도 한다.제주도의 경우 해발 2백∼6백m(중산간 지역)땅은 분할 매각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한국개발컨설팅 강경래 사장은 “땅 투자는 수익성이 크지만 남의 말만 믿고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관공서에 개발계획 여부를 확인하고 현장을 방문해 무슨 땅인지 눈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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