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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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벌써 외국에 온지 3년. 한국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 가죽장갑을 사고 싶어 백화점에 들어섰다.
점원이 대뜸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난 서슴지 않고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무척 반기며 보여줄 것이 있단다. 한아름 들고 온 것은「스웨터」「와이샤쓰」등이었다.
『이것이 다「코리아」에서 온 것입니다.』나는 눈이 번쩍 띄어 목둘레에 붙은「메이드·인·코리아」의 상표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내 고향의 친구를 본 것 같이 반가 왔다.
그 뒤로는 물건을 살때마다 꼭 어느나라제 인가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며칠전 일이다. 우리 아기 첫 돌때 미국 친구들이 생일「케이크」와 선물을 갖고 방문했다. 한 상자를 나에게 내놓으며 나를 살펴보고만 있었다.
그래 그 상자를 풀어보니 예쁜「코르덴」바지였다. 난 버릇대로 먼저 옷의 상표를 봤다. 「메이드·인·코리아」. 너무 반가와 그 옷을 부둥켜 안았다. 꼬마에게 입혔다. 색의 조화도 좋고「디자인」도 미국 어느 곳에서 산것보다 더 귀여워 보여 언젠가 어머니가 보내주신 아기 옷들이 정말 한국제냐고 물었던 친구에게 좋은 실증이 되어 한바탕 자랑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입힌지 10분도 안돼 단추가 떨어졌다. 나는 재빨리 그들의 눈을 피해 단추를 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또 바지끈이 떨어져 있지 않은가.
그 다음날 오랜만에 내 손으로 그 바지를 빨았다가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탁기에 넣었더라면 그 많은 아기 옷들에 보기 싫게 물감이 들어 큰일 날 뻔했구나 싶었다.
시간에 쫓겨 바쁜 미국인들, 한달에 한번 정도나 바느질을 할까말까하여 단추하나 떨어져도 달줄 모르고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이들을 생각해 봤다.
만일 내가 외국인이었다면 단추와 바지끈이 떨어지고 게다가 세탁기에 넣어 온갖 옷에 시퍼렇게 물을 들이는 것을 보면 그 옷의 출처를 꼭 봐서『다시는…』이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 곳곳에 진열돼 있는「메이드·인·코리아」의 상표가 자꾸 걱정스러웠다.
영국,「이탈리아」, 일본등지의 상품들이 그 신용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속에서 정말 위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명천<1473 W.Carmen.Chicago.911.6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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