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러드라머에 치우친 무영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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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수용 감독의 『무영탑』은 철저히 멜러·드라머를 만들기에 애쓴 작품이다. 그래 선지 이야기의 전개에 적잖은 무리가 엿보였다.
현진건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는 주제에 앞서 눈물을 강요한다. 결과적으로 아사녀(윤연경분)를 따라 영지에서 죽는 석공아사달(신영균분)을 예술에의 집념을 가진 장인으로서 보다 무력한 비련의 주인공으로 클로스 업하고 있다.
원작에서의 석공은 통일 신라의 대표적 예술인 건축담당자로서의 주인공이다.
견당 유학생 금성(오현경분)과 그의 아버지 금시중(수상)의 부패한 생활, 그리고 아사달과 아사녀의 상면을 가로막는 불국사의 문지기가 대표하는 부패관료의 비인간화. 이를 사랑의 수단을 통해 바로 볼 수 있는 구슬아기(김지미분)의 「눈」등이 그 줄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극히 종속적으로 취급될 뿐 아니라 누선 자극제가 너무 흔하여 멜러·드라머로서는 요령부득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김수용 감독 작품치고는 보기 드문 「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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