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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핵가족의 부부 관계|YWCA 주최「세미나」에서|주종에서 평등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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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핵가족 제도의 필요성이 주장 된지는 오래 전의 일이다. 대가족 속의 주종의 가족 관계가 소수 가족의 평등 관계로 변천되는 것은 시대적인 요청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는 전통과 새로운 조류를 조화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게 되고 이를 위한 새로운 능력과 방안이 마련 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지난 21일 서울 YWCA에서 마련한 「현대의 부부 관계」「세미나에서 지명관 교수 (덕성여대·철학)는 가정에서의 평등한 가족 관계, 특히 평등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일찍부터 남녀 평등 교육이 이루어져서 개척인을 책임 있는 민주 시민으로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특히 현재 한국의 주종 적인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길은 어린 시절부터 여성을 바르게 교육하고 대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이 한 개인으로서 남성 못지 않게 교육받고 성장하고 평등한 기회를 누린다는 것이 남녀 관계 개선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가는 지난 50년간의 한국 여성 개화 과정에서 볼 수 있다. 헌법과 법률의 보장으로 여성들은 혼인·교육·선거에 있어 평등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제도상의 보장에 따르지 못하는 관습적인 「핸디캡」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태어날 때부터 여성들은 『반갑지 않은 존재』로 취급된다. 그들이 가정에서 자라 날 때 대부분은 남자 형제보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열등한 대우를 받는다. 특히 정신적인 면에서는 거의 기대 받지 못하면서 『한사람의 인간』으로서보다는 『하나의 여자』가 되도록 기대되고 교육받는다.
가정과 학교, 사회로부터의 기대의 결핍은 여성들을 무책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그들은 자신에 대한 바른 가치와 긍지를 갖지 못하게 된다.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의 인식에 대해서 여성들은 강하게 반항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도 그렇게 믿게 되어 남 앞에서 떳떳하게 자기를 주장한다거나 적극적이고 솔선하는 태도를 갖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자기자신의 주인으로서 행동하고 탐구하는 지혜를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자기 자신의 주체가 되지 못한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의 책임을 기피하거나 남의 뒷전에서 불평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받는 대우 역시 여성의 발전에 큰 지장이 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소위 「여자가 할 일」로 규정된 일만 배당 받을 뿐 능력을 발휘할 공평한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 뿐 아니라 맡은 일의 양과 성과에 관계없이 남성보다 월급을 적게 주고 승진시키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남성 못지 않은 지위와 명성을 차지한 일부 여성들의 능력은 인정하더라도 여성이라는 면에서는 좋은 평을 듣지 못하기도 한다.
가정과 학교의 교육 그리고 나아가서는 편중된 사회의 기대가 여성을 사회에서 유리시키는 것은 물론이지만 부부 생활에서도 평등한 위치에서 의무와 권리를 주장하기를 주저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또한 남성들이 가정에 무관심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녀를 낳고 기르는 길고 고된 작업에서 남성들은 오직 경제적인 책임만을 자신이 지고 나머지는 여자가 해야될 것으로 믿고 있으면 아내와 자녀, 가사에 대한 이해가 극히 부족한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부부는 이처럼 차별된 교육과 기대 속에서 자라고 생활하는 관계로 서로 다른 세계 살게되고 공동의 대화를 통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족의 단위가 축소되고 부부의 협력과 이해 없이 미래의 세계를 살기는 힘들 것이므로 바른 교육은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지 교수는 말한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나 여성 자신의 생활을 위해서 여성의 사회 참여는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소규모 가족이라도 가정 생활과 사회 생활의 양립은 남편의 적극적인 협력과 이해가 필요하다.
여자 대학이 한국 여성 개화의 온상 역할을 했지만 남녀 평등 교육은 남녀 공학에서 실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여자 대학을 남자 대학에 병합시킨다거나 남녀 기숙사를 시험 개방하는 예가 늘어 남·녀 구별 교육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남녀 공학에도 부작용이 따르기는 하지만 남녀간의 이해를 높이고 전문 교육과 시민 교육의 실시를 위해서는 남녀 공학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평등한 교육, 여성과 남성이 함께 자각하는데서 여성은 실력과 인격을 기르게 되며 전문적 기술과 직업 의식, 남녀 평등 의식을 갖추게 될 것이며, 남성은 사회와 가정이 모두 남녀의 공유라는 새로운 인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부가 다함께 그들이 가진 능력과 애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인생의 반려로서 균형 잡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 교수는 결론 짓고 있다. <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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