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난제 미래학 경도회의가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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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래로부터의 도전이란 야심적 명제를 내건 1주일간의 토의를 거쳐 16일 막을 내린 국제미래학회의는 미래학의 조류가 어떤 속도로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오늘의 미래학에 부하된 사명과 과제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회의였다.
33개국 2백71명의 대표가 참가한 이번 회의는 필연적으로 닥칠 서기 2천년의 미래사회를 위해 우리는 오늘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하는 절박한 문제를 다루었다.
전세계가 주의·체제와 지역을 초월해서 이같이 미래학에 대한 관심을 점차 드높이고 있는 주된 동기는 ⓛ국민경제성장과 생활수준향상을 위한 줄기찬 욕구 때문이며 ②그칠줄 모르는 급속한 기술혁신에 적응키 위해 사회제도를 혁신해야할 필요성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미래학은 전후의 기술혁신과 같은 시기에 등장, 성장해온 연륜 20년 정도의 젊은 학문이다. 이 젊음과 함께 폭이 넓은 것이 또한 미래학의 특징이기도하다.
경도회의의 참가자는 관계·산업계 및 학계 등의 구성원들이며 그 전공분야 또한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사학 문학 등 인문과학뿐만 아니라 의·공·농·이등 자연과학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있다.
이 점은 미래학이 독립된 학문분야라기보다 기존 제학간의 협력과 종합화에 의해 성립하는 초경계적 학문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학의 방법론에 있어서는 미국·서구·동구가 각각 독자적인 수법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계는 일반적으로 미래를 현재의 연장으로 보고 현시점에서 입수 가능한 선택수단을 풀로 활용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최적사회에 최단 코스로 접근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외삽법·예언법·계획법·직관법 등의 다채로운 시스팀 방식을 개발하고있다.
이에 비해 서구측은 미국의 일원론을 반대하고 다원론을 주장, 미래사회에의 접근 코스를 출발점부터 복수화한다. 미래는 불확정한 것으로서 최적사회를 예측, 정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창조적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사회주의국가는 미래학이라기보다는 예측학이라고 표현, 외삽법에 가깝지만 현시점의 연장이 아니고 미래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나서 중간 코스를 설정하려는 경향을 짙게 풍기고있다.
한가지 특기할 것은 경도회의가 선진국들의 환상적인 미래조작회의라고 개발도상국 참가자들로부터 날카로운 비판을 받았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이 펴놓은 고도선택사회론에 대해 아시아·중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은 남북격차에 대한 사고방식을 변경하지 않고 빈곤으로부터 탈피하려는 개발전략 자체에 미래를 그리고있는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무시한채 꿈의 세계(개발도상국들에는)를 설명하는 미래학회의에서는 실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의 미래학이 당면한 현재로부터의 도전으로서 주목을 끌고있다.
이번 회의는 폐막총회에서 (1)국제미래학회 조직의 가능성 (2)차기회의 개최지와 중심 테마 (3)기타 개별 테마에 관한 특정 국제미래학회의 개최의 가능성 등을 최종 코뮤니케에 넣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각국 미래학자들은 이같은 구체적인 현실문제에 대해 의외로 정치적이고 보수적인 외견을 들고 나와 겨우 정보교환소나 비조직적 결합관계를 이룩하자는 정도로 낙착됐다. 이것은 오늘의 미래학이 내포한 모순과 약점을 암시하는 것이며, 따라서 미래학이 내일의 물심양면으로 풍요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참으로 유용한 학문이 되자면 아직도 많은 난관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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