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노사협상 전 파업 결의 … 현대차 23년째 생산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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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987년 설립돼 27년째를 맞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23년째 파업을 기록할 것인가.

 전날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정한 현대·기아차 노조가 회사 측에 “19일까지 조합원 (임단협) 요구에 대한 수용의지를 밝히라. 아니면 파업은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자신들이 요구한 ‘기본급 월 13만498원 인상, 지난해 순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지급, 대학 미진학 자녀에 대한 지원금 1000만원 지급, 정년 61세 연장’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소리다. 19일이라는 시한은 이날 중앙노동위원회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여기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면 두 노조는 20일부터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 노조는 13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에서 각각 80.4%, 81.7%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16일부터 교섭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180개에 이르는 방대한 요구안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를 하기도 전에 파업을 결정한 것은 유감”이라며 “서둘러 교섭을 재개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20일간 파업을 해 8만2088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조7048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 특히 올해는 2년 주기로 돌아오는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선거일 미정)가 있는 해여서 노조의 파업 강도가 더 셀 것으로 회사 측은 우려하고 있다. ‘선명성’을 보이기 위해 강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추석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전면파업보다는 부분파업을 하면서 최대한 협상 타결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추석 전에 합의를 봐야 조합원들이 선물 보따리를 안고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파업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현대·기아차 협력업체들은 파업 자제를 당부했다. 현대차 협력업체 모임 회장인 이영섭 ㈜진합(브레이크 부품업체) 대표는 “노조가 파업을 선언할 때마다 협력업체들은 파업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멀쩡한 직원들을 생산라인 대신 청소나 잔디 뽑기에 투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점도 노조가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은 총 1조4450억원, 하루 516억원의 손실을 봤다.

김영훈 기자,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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