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시즌 이렇게 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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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봄 소풍 시즌이 다가왔다. 시내 초·중·고등 각급 학교는 소풍채비에 바쁘다. 4월 중순부터 일부학교에서는 벌써 소풍을 다녀왔고 늦어도 5월말까지는 모두 소풍을 갈 예정.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올 봄 소풍에 대해 되도록 걸어가는 곳을 택하도록 관하 각급 학교에 지시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시 교육위가 벌이고있는 1일 1만보 걷기 운동의 일환으로 종래와 같이 버스나 기차를 타지 말고 가까운 곳을 모든 학생이 걸어가도록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 하나의 이유는 올해부터 육성회가 조직되어 값비싼 교통비를 억제, 당국이 지정한 것 외의 잡부금을 일체 걷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버스나 기차를 탈 경우 전세요금이나 표값을 학생들로부터 받지 못하게 되어있는 데다 이것을 개인각자의 부담으로 하는 경우에도 여기에 편승하여 다른 잡부금이 끼어 드는 것을 미리 막자는 배려에서이다.
또한 걸어서 가는 것은 적은 돈이나마 마련하지 못해 소풍을 포기, 어린 가슴에 상처를 주는 일을 없애고 전학생들이 소풍을 가도록 하자는 뜻이 있다.
시교위는 종래 소풍 때가 되면 특히 국민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이 담임선생님에게 금품을 거둬주어 학급마다 그 액수의 여하에 따라 담임선생에 대한 인기를 겨루어보는 듯한 폐풍을 일소하도록 학교 당국자와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돈이 많이 들어온 학급담임선생은 기쁜 반면 반대로 적게 걷힌 학급담임은 즐거워야할 소풍기분을 처음부터 잡쳐 아동들에게 짜증을 부리는 경우가 간혹 있게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것대로 소풍이 학교 교실수업의 연장이 되려면 학교당국은 소풍채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우선 소풍갈 곳을 몇몇 교사들이 미리 답사하여 그곳의 역사적인 배경을 조사연구, 소풍 때에는 학생들에게 보다 알찬 내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경주에 수학여행을 갔다온 학생들의 입에서 『첨성대는 우리집 굴뚝보다 못하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게되는 것은 사전지식의 결여보다 인솔교사가 현지에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역사교과서에서 백번 읽는 것 보다 눈앞에 바라보며 충실한 설명을 들을 때 교육적 효과가 보다 높게 인식된다는 것을 새삼 명심해야겠다.
소풍을 가는 경우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은 간단한 구급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보통 소풍 때에는 많은 음식을 먹기 쉽고 가시나 돌에 다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민학교 아동의 경우 대단스럽지 않은 상처를 치료해주지 않음으로써 그 아동은 종일 우울한데다 다른 아동들에게도 어두운 인상을 주는 것은 단체행동에서 보기 흉한 것.
특히 국민학교 소풍에는 으례 학부모들이 따르게 마련. 아버지가 같이 가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어머니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가정에서는 나이 많은 할머니나 식모들을 많이 따라보낸다. 이것은 어머니들이 가정교육의 가장 중요한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 되기 쉽다. 나이 많은 노인들이 같이 갈 경우, 노인들은 어린이들을 될수록 멀리 못 가게하고 활발히 뛰놀지 못하게 행동을 억제하는 수가 많다. 자연 속에서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야할 봄 소풍은 들에서까지 할머니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되어 큰 의의를 잃게된다. 또한 식모와 같이 간 아동이 누구와 얼마나 즐겁게 무슨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즐길 수 있겠는가? 어머니들은 모름지기 소풍가는 곳을 미리 알아두고 약간의 상식과 이야기를 준비하면 좋다.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보지 못한 것을 자연 속에서 직관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것은 『방안에서 공부하라』고 소리치는 엄마의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엄마모습을 심어 줄뿐만 아니라 하루의 소풍은 여학교 때 가보고 끊은지 오랜 어머니의 생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서울근교의 학교소풍지역을 선정, 학년별로 나누어 각 학교에 지시했다. [김영휘기자]

<소풍 장소로 20개소 지명>
서울시내와 근교 소풍지 명, 해당 학년, 입장료 등을 보면 다음과 같다. (괄호안은 학년과 입장료) ▲창경원(1∼6, 25원) ▲덕수궁(1∼6, 25원) ▲종묘(1∼6, 25원) ▲경복궁(1∼6, 25원) ▲서오능(4∼6, 10원) ▲동구릉(4∼6, 10원) ▲태릉(5∼6, 10원) ▲금곡(4∼6, 20원) ▲비원(1∼6, 단체불가) ▲홍릉(1∼2) ▲화계사(3∼6) ▲봉원사(3∼6) ▲세검정(1∼3) ▲진관사(4∼6) ▲북한산성(5∼6) ▲우이동(4∼6) ▲도봉산(5∼6) ▲안양(5∼6) ▲산정호수(5∼6) ▲소요산(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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