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기 사건 여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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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일본 조야의 한국에 대한 석연치 않은 태도와 이해부족, 또는 왜곡적인 일부 논조들이 항상 한국국민들을 자극하는 요소가 돼왔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지난번 JAL기 사건 때도 그것은 여실히 드러났었다.
JAL기 사건 이후 일본에서는 개스 폭발이라는 큰 사고가 있었고 한국에서는 아파트 붕괴라는 큰 사고가 있었다. 이 큰 사고 때문이었는지 JAL기 사건의 불쾌한 여운은 그대로 자취를 감춘 것 같은 느낌마저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한일 양국민의 보다 깊은 이해와 협력관계수립을 위해서는 JAL기 사건으로 파생된 한일간의 문제점들은 다시 파헤쳐 보고 그것을 정리해 볼 필요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JAL기 사건을 에워싼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동안에 있었던 불쾌한 일본조야의 주장이나 논조와는 대조적으로, 일본 안에서도 그들의 대한태도에 대해 자가 비판하는 소리가 없지 않았음을 주목하고, 우리는 일본의 다대수 국민이 그와 같은 올바른 주장에 귀를 기울일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인 실례로서 4월3일자 일본정강신문에는 동사 대정논설위원이 집필한 요도호 사건에 생각한다란 글 가운데서 이번 사건을 단순히 납치사건으로 보지 말고 또 범인들을 영웅시하지 말고 그 사상적인 배경을 파고 규탄해야 할 것을 말했는가 하면 JAL기 처리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를 적극 지지하고있다.
또한 일본의 시사통신사 목옥 사회부장은 중앙일보에 보낸 서신(4월11일자) 가운데서 지난번의 JAL기 납북사건 때 일본의 매스컴이 한국정부의 처사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은 전 일본국민의 의사가 아니며,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본국민은 한국 국민에게 감사하고 있음을 밝혔다.
특히 목옥씨는 어째서 일본의 저널리즘이 편향해 있는가를 파헤치는 가운데 공산당의 영향력을 받고있는 일본신문노동조합연합(77개 조합·3만8천명)과 일본민간방송노동조합연합(80개 조합·1만1천8백50명), 여기에 NHK노조(일방노)의 노조원이 일선 기자로서 일하고 있으며, 또 그들의 선배가 논설진이 되어 논평을 펴고 있기 때문에 항상 용공적인 색채가 지면에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하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예로서 JAL기 납북사건 때 요도호에 타고 있다가 김포에서 석방되어 일본으로 돌아간 한 일본인은 14일 중앙일보동경지사를 방문하고 JAL기 사건 때 ?????부와 국민이 보여준 따뜻????? 길이 잊을 수 없다고 사의를 ????고, JAL에서 위로금으로 받은 일화 10만원을 JAL기 사건 때 애쓴 여러분을 위해 써달라고 기탁했다. 위에 지적한 것과 같은 사례들은 그것이 한결같이 일본인 자신에 의한 겸허한 자아반성의 표시인 동시에 양국국민간의 참다운 이해와 우호정신을 반영한 것이란 점에서 참으로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일본은 한일관계에서만이 아니라 관계국에서 빗발치듯 일어나는 비판의 소리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그들에게 씌워진 이커노믹·애니멀 또는 국가이기주의라는 등 불미한 오명을 씻고 진정으로 관계국과의 우호를 돈독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특히 자유국가로서의 일본은 한국만이 아니라, 인접한 모든 자유우방국가와의 신의 있는 우호관계를 지속시킴으로써만 참다운 번영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난번의 JAL기 사건당시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이 자신의 국시상 참지 못한 것을 참아가면서도 끝내 자유우방국가 국민을 공산지옥에 보내는 것을 저지하고, 초지를 관철시켜 자유대한에서 석방케 한 진의를 일본조야는 재삼 깊이 음미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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