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없는 런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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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은 있어도 안개가 안 끼는 겨울은 없다』고 할 정도로 안개의 도시로 유명한 런던거리가 차차 그 명물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런던 시 당국이 발표한 한 조사보고서는 런던의 콩죽안개가 사라져 가는 재미있는 몇 가지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콩죽같이 짙어 콩죽안개라고까지 불리던 런던의 안개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시 당국은 56년 공기정화법(Clear Air Act)을 제정, 『불땐 굴뚝에도 연기가 나오지 않게 하라』는 식으로 강력한 통제를 실시했다.
이 결과 이 법이 실시된 이후 13년째가 되는 69년 말에는 ①겨울철 런던시의 햇빛 투사량이 50%나 증가됐고 ②공기 속의 매연량은 80%가 감소됐으며 ③시야한계도 3배로 늘어났고 ④굴뚝의 연기로 생기는 검은 안개, 스모그는 자취조차 없어졌다.
이와 같은 추상적인 통계숫자 이외에도 런던의 안개가 그동안 얼마나 두통거리였나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사실로는 52년12월 런던에 마지막 검은 안개가 내습했을 때 각종 기관지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평소보다 4천명이나 초과했으며, 번힐로구의 경우에는 한달 내내 햇빛을 본 총시간이 단 6분밖에 안된 적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58년까지 계속되어 런던의 겨울철 시계는 어디서나 2·2km를 넘지 못했다.
안개를 없애기 위한 시 당국의 노력은 법에 의한 통제 외에도 큰 건물·기업체에 대해 아궁이를 무연화시키는데 소요되는 경비의 70%를 보조해 주기도하여 채찍과 홍당무의 양면작전이 완전성공을 거둔 셈이다.
현재 런던의 무연화율은 70%정도인데 이를 위해 나간 보조비는 시민 1인당 매년 3쉴링(약1백10원)정도 밖에 안되는데 시 당국은 78년까지는 런던 시의 모든 아궁이를 전화 내지 개스화 할 예정이다.
안개가 없어지기 시작하자 그동안 몇 백년 계속된 흑연으로 자취를 감췄던 새들이 다시 런던시내로 날아들기 시작, 약1백38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데 이를 10년 전에 비하면 약 배가 넘는 숫자다. <런던=박중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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