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파괴와 건설

한국에 휴전이 성립 된지 얼마 안돼서 미국의 주간지타임이 한국 특집을 한 일이 있는데 그 표지에 이승만 대통령의 얼굴을 싣고 배에는 황량한 폐허 속에 커다란 말라죽은 나무와 그 꼭대기에 조그마한 태극기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그렸다. 이것은 이 대통령을 격노케 했다.
외국의 간행물에 한국에 관한 기사가 실리면 그것은 거의가 다 부패한 독재자의 정부 밑에 굶주리고 헐벗은 국민들이 파탄에 직면한 경제 속에 허덕이고 있는 것을 묘사한 것이었다.
바로 그와 같은 것이 국제보도에 그려지는 월남의 모습이며 월남정부나 국민이 갖는 고민이다. 고립된 사건은 보도되지만 시민들의 정상적인 생활상과 서서히 폐전하는 모습은 잘 보도되지 않는다. 파괴는 좋은 기사 거리가 되지만 건설은 매스컴에 잘 오르지 않는다. 불행한 사건은 기자나 편집자의 주목을 끌지만 유쾌한 에피소드는 좀처럼 신문의 지면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여년 동안 거의 계속해서 전쟁상태에 처해있는 월남이지만 파괴가 있는 반면에 건설의 일면도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 사이공 시내에는 여러 채의 고층건물들이 새로 건설됐거나 공사 중에 있다. 주로 외국인이 투숙하는 호텔이 모여있는 번화한 투도가에는 새 호텔이 또 하나 늘었다. 12호의에덴라크가 그것이다. 1964년까지는 아무 것도 없던 자(월남어로도 백수라고 한단다)가 사이공 강 부두에 상륙하는 미군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 지은 것이라고 어떤 월남인이 설명을 해준다. 암달러와 군인상대의 잡상을 해서 하루 백만피애스터씩 벌어 들였다고 한다. 지금 시내중심지에 준공을 서두르고 있는 10여 층의 빌딩을 비롯해서 커다란 건물은 대개가 중국인들의 자본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1968년 구정공세 때 가장 심하게 파괴됐던 자리에는 주택단지의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미국의 재정 및 기술원조로 2천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4층 아파트 16동과 3개의 중학교가 착공 됐고 다른 국제원조기관들의 원조로 천가구분의 주택과 2개의 국민학교 및 부대시설이 마련된 것이다.
사이공에서 북쪽으로 약30㎞의 비엔화라는 곳에는 대규모의 공업단지가 건설돼서 이미 생산을 하고있는 공장도 있고 계속 투자를 유치하고있다.
5년 전까지는 대나무 밭이던 평야에 5백ha의 대지를 마련하고 전쟁에 반드시 따르기 마련인 투기를 억제하고 싼 토지와 각종 면세조처 등 특혜조건을 주어서 민간자본을 생산에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5천만달러의 제지공장, 8백만달러의 제당공장, 2백만달러의 판유리공장, 고철에서 철근을 만드는 공장 등이 가동하고 있는 것을 필두로 중화민국이 기증한 콘크리트전주공장, 일본과 합작한 얌마·디젤·엔진, 자전차타이어, 벽돌, 비료, 슬레이트, 모직물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들어서 있다. 약 3만명의 종업원을 예상하는 이 공업단지는 중앙에 노동자들을 위한 휴양 오락시설도 갖추고있다.
구엔·반·티우 대통령은 필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우방의 원조를 강조했다. 월남화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은 줄지언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티우 대통령은 그가 월남이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겠다고 했다는 보도를 부인하면서 『우리는 자립하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설사 오늘 전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우리는 앞으로 5년, 6년, 7년, 8년 또는 그 이상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많은 원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원조를 줄 수 있는 나라로 한국·일본 등을 들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식량이며 우선 쌀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발이 늘어가는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을 맺었다. 『미국과 같은 큰 나라의 정책은 군사적으로 손을 떼고 협조를 주려는 것이니 우리 작은 나라들은 자체가 강화되도록 노력하면서 서로 도와야한다. 우리들은 완전히 독립적일 수는 없으며 상호의존적이어야 한다. 작은 나라들은 모든 분야에서 단결 해야한다. 그 중에도 우리는 경제적 번영을 우선 달성해야한다. 군사적 동맹은 언제든지 쉽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공산주의와 싸우려는 결심을 얼마나 굳게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있다.』 [본사편집국장 이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