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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하지 않게 현대감각을 살린 공감의 무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 초연의 「오페라」 『순교자』는 많은 감동을 안겨줬다.
전쟁 (6·25 동란) 상황을 나타낸 간편하고 상징적인 무대는 조명으로 다양성 있는 변화를 주었고 음악은 현대감각이 풍부하면서도 우리에게 전혀 생소하지 않았다. 작곡자 「제임즈·웨이드」씨는 무조주의 기법을 써서도 듣는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관현악 (국립교향악단)의 유려한 반주를 밑바탕으로 성부가 뚜렷하게 부각된 것이 특징인데 특히 전편을 통해 보여준 정연한 진행은 조그만 무리도 없었을 뿐 아니라 능숙한 「오키스트레이션」으로 해서 주제에의 일관된 추구로 시종했다.
더욱이 지휘자 「데이비드·샤피로」씨의 역량은 이 작품으로 하여금 더욱 빛을 얻게 했는데 「오키스트러」의 역할은 물론 창연자들의 역할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한 그의 지휘는 일품이었다.
허규씨는 「오페라」의 첫 연출이면서도 난해한 이 작품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초연일수록 관객의 이해도가 얕고 따라서 음악뿐 아니라 대사전달이 힘든다. 그럼에도 「바리톤」 정병덕씨 (신 목사 역)는 오랜 관록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명확한 발음으로 난곡을 잘 처리한 박성원씨 (박 대위 역)는 앞날이 기대되는 호연을 보여줬다.
구태여 흠을 든다면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한 무대 뒷 장면의 조명 처리가 시설 불충분으로 충분히 그 의도를 반영하지 못한 것과 교회장면에서 조명이 너무 밝아 신 목사의 해명하는 모습에 「액센트」를 주지 못한 것 등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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