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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증 2개로 김씨, 이씨 행세 … 각각 절도 8범·9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30년간 두 명의 신분으로 살아오며 한 이름으로 범죄를 아홉 차례, 다른 이름으로 여덟 차례 저지른 전과 17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인물은 본명인 이모(54)와 가명인 김모(50)라는 신분으로 주민등록증을 두 번 공식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 해남경찰서는 지난 7월부터 해남읍내 시장과 상가를 돌며 모두 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이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당초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DNA를 토대로 범인이 이씨임을 알아내 행방을 추적했다. 이씨의 사진을 들고 탐문을 나섰는데 사진을 본 주민들은 하나같이 “이씨가 아니라 김씨”라고 증언했다.

 결국 경찰이 이씨를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모라는 또 하나의 신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83년 절도죄로 여섯 번째 구속될 때 “고아여서 호적이 없다”며 이름과 생년월일을 거짓으로 말하고는 주민등록증을 하나 새로 만든 것. 이씨는 당시 가중처벌이 두려워 이같이 둘러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 뒤 이씨는 검거될 때 한동안 가짜 신분을 댔으며 나중에는 두 신분을 번갈아 사용했다. 해남경찰서 이영섭 수사과장은 “83년은 지문인식이 전산화되기 전이어서 2중 주민등록을 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해남=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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