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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 초의 풍속 담은 명화 안견의 『신방례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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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예가이며 한국 미술문화회 회장인 원충희씨(59세)는 그가 평생동안 모아온 진귀한 고서화와 전적을 곧 모 대학에 송두리째 기증할 뜻을 밝혔다. 그는 소장품 1백 50점을 내놓기에 앞서 13일∼17일 돈화문 앞 그의「갤러리」(동원빌딩 1층)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공개전을 갖는다. 그런데 그 중에는 안견 그림의『신방례알도』등 국보급의 신 발견품이 포함돼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원충희씨가 최대의 노력과 대가를 지불한 고서화는 반년 전에 입수한 현동자 안견의 작품인『권제등 신방례알도』1폭. 지금부터 5백 52년 전인 태종 14년에 베푼 알성친시(왕이 친히 대성전을 배알하고 베푸는 특별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권제(권제·권근의 아들)가 신방례를 갖추는 장면을 채색으로 그린 내용인데 길이 1백 16㎝·폭70㎝의 장지본이다. 화가 안견은 당시 최고의 명화가요, 화제를 쓴 김숙자는 태종이 왕자로 있을 때의 스승이다. 원씨는 이 화폭을 충남의 한 안동 권씨 종문 사당에서 발견한 뒤 10년만에 서울 근교의 산 하나를 팔아 얻은 것이라고 밝힌다. 세종 때 용비어천가를 찬한 권제가 나이 20세에 알성급제하여 어사화를 사모에 꽂고 절하는 광경을 주제로 한 이 그림은 그 주위에 관기의 무용과 광대의 놀이광경이 세세하게 묘사돼있어 더욱 귀중한 연구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랑저고리 다홍치마를 입은 무희의 입춤대무며 가야금 병창, 또 한쪽에선 서북방계의 알록달록한 옷차림을 한 대광대가 장태타기와 줄타기의 묘기를 보이고 있어 고려말에서 이조 초에 걸친 풍속화로서의 가치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풍속화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것 일뿐 아니라, 특히 고려의 그것을 추정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림이란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충희씨는 이밖에도 이규보의 『초서연폭』 이신복의 『사천장전경도』 5책, 김응환 그림으로 평양 명승을 비롯한 『관서명구점』1책, 박제가의『행서팔곡병』, 장승업의『유언도』 및 작년에 권씨 종문에서 함께 입수한 『폐사군도경수어도』『강화전도』 허미수의 대작『수관헌연서』등 근 50년간의 정성어린 수집품 1백 50점으로 이번 전시회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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