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와 함께 뻗는 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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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월 7일 우리는 제14회「신문의 날」을 맞이한다. 우리 민족 사상 최초의 민간 신문인「독립신문」창간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제정된 이「신문의 날」을 전후해서 한국언론계는「신문 주간」을 선정하고 각종 행사를 한다. 이「신문의 날」은 신문의 사회적인 존재 의의를 과시함과 동시에, 모든 신문이 자기 반성을 엄격히 하고 내일에의 건전한 전진을 다짐하는 계기를 이루려는 것이다.
이번「신문주간」에 즈음하여 신문 협회·편집인 협회·통신 협회·기자 협회 등 4개 언론단체가 공동협의를 거쳐 내세운 표어는『나라와 겨레와 함께 뻗는 신문』이라는 것이다. 이 표어의 뜻이 반드시 명확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으나, 그러나 70년대 문턱에 들어선 오늘의 시점에서 이런 표어가 선정된 소이는 모든 신문이 민족적 주체성을 견지하면서 국가이익 추구에 앞장서자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언론 기관이 되어, 국가발전 민족번영의 디딤돌이 되자는 뜻 인줄로 안다.
신문주간을 맞이하여 우리는 먼저 매서운 자가비판의 채찍을 가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의 신문들은 아직도 전통적 사대주의 의식의 포로가 되고 있지는 않는가. 혹 오늘의 우리 신문들은 흥미본위·상업주의적인 취재 보도에 타한 나머지 지면 제작에 있어서 무국적적 성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자가비판에 대하여 선뜻『노』를 말할 수 없음을 우리는 부끄럽게 생각한다.
한국의 신문은 바로 한국에서 발간되는 신문이고 주로 한국 국민을 독자로 삼는다는 점을 절실히 자각하고, 국민이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자유와 번영을 누리면서 살아가는데 반드시 알아 두어야할「뉴스」와 지식을 보도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요, 우리 국민이 공동 생활을 영위하는데 알아도 좋고 알지 않아도 좋은 무연한 사상을 전달하는데 아까운 지면을 할애하는 악습을 버리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는「뉴스」의 취재나 보도, 새 지식의 소개·전달에 있어서 편협한「내셔널리즘」의 테두리 안에 스스로를 위축시켜 들어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우리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나라와 겨레의 건전한 발전, 참다운 번영을 위해서 가치 있는 것은 선택하고, 가치 없는 것은 버리는 주체성을 신문마다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보의 전달과 인간의 생활 공간에 있어서 문자 그대로의 「동시세계」가 성립되어 있는 오늘의 시대 상황에 있어서는 모든 국가가 세계 속의 국가인 것이요, 그 진로에 있어서 독자적인 선택의 폭은 매우 좁아졌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강대국의 세력권적 대립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과 독립을 유지하고 국토통일을 이룩하지 않으면 안될 여건 하에 있는 국가는 세계 정세의 움직임에 대해, 유달리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사의 흐름에 제약을 받는 민족이고 국가인 동시에, 세계사의 형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 방향 결정에 있어서 일익을 담당하는 민족이고 국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우리 국가가 지금 주어진 역사적 현실의 제약 속에서 퇴영적인 안일을 탐 낼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적극적으로 진취의 기상을 가지고 갖가지 악조건을 뚫고 나가면서 세계에 웅비하는 훌륭한 국가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한국을 세계에 웅비케 하는 위대한 작업에 있어서 신문은 항상 겨레에 생명의 고동을 민감케 해주는 심장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근대 한국의 운명은 너무도 기구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쇠국·망국의 비운 속에서도 신문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런 조건하에 간행되는 신문이 신문 구실을 하기 어려웠던 것은 구차스런 설명은 필요치 않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나라를 찾고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되찾는 과정에서 신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감사히 알면서 한국의 모든 신문은 민족의 진로를 밝히는 횃불이 되고, 민중을 선도하는 사회적 교사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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