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do 나do 공공외교, 세계인 마음 사로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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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삼 대사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에게 우리 우정을 전하는 것도 공공외교”라고 했다.

우리 정부의 초대 공공외교 대사인 마영삼(57) 대사를 만난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의 외교부 청사는 후텁지근했다. 선풍기 몇 대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무력했다. 지난달 17일 공공외교협력센터를 열고 ‘너do 나do 공공외교,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다’는 새 브랜드를 선보인 마 대사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너도 나도’와 실천적 의미의 영어 단어 ‘do’를 조합했다”며 땀을 연신 닦아가며 열성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공공외교라는 말이 일반 국민에겐 낯설다고 하자, 마 대사는 “정부간 소통과 협상 과정을 말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외교와 대비되는 개념”이라며 “문화·예술·스포츠를 매개로 다른 나라의 대중을 직접 상대한다는, 즉 퍼블릭(public)을 대상으로 한다는 뜻에서의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고 설명했다.

 공공외교 강화는 최근 국제사회 트렌드다. 특히 미국·중국 등 주요 강대국들이 나선다. 미국은 9·11 이후 반미감정 해결을 위해, 중국은 국제사회의 중국 경계론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정책의 목표점은 자국 이미지 개선이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중국과 ‘한·중 공공외교 포럼’ 창설에 합의했다.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가 이미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분단국가, 북한의 핵 개발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존하는 만큼 한국이 매력적이고 친근한 나라라는 걸 더 열심히 알려야죠.”

 공공대사 부임 전 그는 3년간 이스라엘 대사로 일했다. “한국전쟁에 참여한 유대인 20명을 수소문 끝에 찾아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한 적이 있어요. 이 자리에서 한 참전용사가 ‘한국전 이후 한국을 가슴 속에 묻고 살아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부인·아들·딸·손자·손녀 모두 아리랑을 합창하는 거예요. 매 금요일 저녁 안식일 만찬 때 온 가족이 아리랑 노래를 불렀다고 해요. 한 달 후 부인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남편이 일주일 전 숨을 거두면서 메달 수여식이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했다’고 전하더군요. 이 일로 ‘한국은 많은 유대인들이 함께했던 나라’란 인식이 이스라엘에 퍼지게 됐어요.”

 한국 공공외교의 시작은 늦었지만 성장은 빠른 편이다. K팝과 드라마, 가수 싸이의 인기로 매력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커지고 있다. 마 대사는 얼마 전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현지 학생들이 한국산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이것도, 내 노트북도 한국산이다. 돈 모아 한국산 자동차를 사는 게 꿈이다”라고 해서 놀랐다고 한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도 한국 이미지를 높이는 요소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굉장히 중요한 메신저입니다.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닿아있어요. 그들에게 우리의 우정을 전하고 한국을 잘 알리는 것이 바로 공공외교입니다. 우리가 해외에 나갔을 때 남들이 눈살 찌푸릴 만한 행동을 자제하는 것도 공공외교죠.”

 그는 한국에 있는 국내외 대학생들로 ‘청년공공외교단’을, 해외 거주 경험 있는 어르신으로 구성된 ‘시니어 공공외교단’도 만들었다. 이들이 공공외교 실천 계획을 세우면 외교부가 이를 지원한다. “중요한 건 모든 국민들이 스스로 공공외교관이라는 생각으로 일상 속에서 참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시 15회로 외교관 생활 33년째인 그는 공인받은 탁구 국제심판이기도 하다. 취미로 탁구를 치면서 10년여 간 준비해 지난해 국제심판자격증을 땄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심판을 맡았다. “전 후배들에게 취미 생활을 적극 권유합니다. 이왕 할거면 좀 더 집중해서 한발 더 나아가보는 게 좋아요. 그러면 새로운 시각이 생기고, 삶의 영역도 넓어지고 더 풍요로워집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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