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주변의「어글리·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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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숙대신보」는 서울시내 5개 대학가 주변의「어글리·포인트」를 조사, 대학사회의 불량 환경을 고발하고 있다. 정문을 중심으로 5백 미터 이내를 1주일동안 엿봤다는 이 아가씨들 눈에 비친 각 대학의 「그늘」은 어떠했나 살펴본다. <「숙대신보」에서>

<서울대>
서울대는 동숭동 본부 주변에 「앵글」을 맞췄다. 정문 좌우 2백 50m 이내에 55개의 상점이 있고 그 40%가 중국집, 주점, 다방. 단 하나의 서점은 가장 대학답지 못한 풍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학의 소수 여대생을 손님으로 맞는 양장점, 양품점 풍경은 어떻게 보면「검소」하고 어떻게 보면「유치」하다는 평. 그러나 이곳의 최고 성시는 하오 4∼5시께의 대폿집이라는 것.
상점들을 업종별로 보면 ⓛ다방 ②주점 ③중국집 ④양복점 ⑤이발소 ⑥미장원 ⑦식당 ⑧당구장 ⑨제과점...⑭서점의 순위이다.

<이대>
연쇄상가 같은 이대정문∼신촌로 입구는 이 대학에서 연 1, 2회 꼴로 벌어지는 사치품 안쓰기「캠페인」에도 아랑곳없이 그야말로 사치품들의 전시장. 5개 대학 중 상가가 가장 많아 1백 17개인데 단연 수위를 차지하는 것은 양장점(47개), 다음이 다방(16개), 양품점(15개), 식당(14개), 양화점 및 구두 수선소(10개), 서점은 2개로 전체 상점 중 가장 비율이 낮은 곳이기도 하다.
9천여 이대생을 상대로 벌어지는 상품전시회는 대로변에서 주택가 소로에까지 침투, 신촌 땅값은 이대생이 올린다고.
상호도 비 국산으로 이국적 냄새를 풍기는 상가들은 하나같이 호경기라고 했다.

<고대>
다른 대학에는 2∼3개소씩 있는 제과점이 이곳에는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고 그대신 염가식당이 즐비하여 고대의 걸칙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고. 주점은 대학가중 단연「톱」으로 「주당 고대생」을 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발소가 7개소로 다른 대학에 비해 월등히 많은데 이것으로 고대생들이「신사학점」을 따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역시 상점들을 업종별로 보면 ①식당 ②당구장 ③양장점 ④이발소, 주점, 중국집, 양복점 ⑤다방의 순서.

<연대>
연대생은 10원이 있으면 구두를 닦는다는 말이 과거 떠돌았지만 다른 대학에 비해 구둣방과 양복점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게 특징. 제과점 8개는 오히려 여자대학보다도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6개의 서점이 한결같이 활기를 띄는 곳도 연대 앞이라고 했다.

<숙대>
이대나 고대·연대와는 달리 비교적 아담한 주택가와 공원지대에 자리잡은 숙대 주변은 여대생 소비자를 노리는 상인들의「노른자위」. 그래서 대학가 비정상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는 것.
즐비한 상호와 간판을 숫자별로 보면 30.3%가 양장점으로 단연 수위. 다음이 양품점·식당·미장원·양화점·다방·문방구·제과점·서점...등의 순위다.
서점보다는 미장원이 많고 「네글리제」를 파는 내의류상이 더 많은 사실에 「판탈롱」여대생도 은근한 걱정이다. 단 두 개의 서점은 그것도 1년이 멀다하고 주인이 바뀌는 불경기라고.
한편 이 같은 조사를 끝낸 「숙대 신보」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고 있다. 『대학생들은 낭비하고 있다. 한 권의 고전보다는 한 벌의 「투피스」를 선택하는 여대생과, 자기를 직시하는 노력 없이 주탁에 서 푸념을 늘어놓기 더 좋아하는 남성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실망은 무엇으로 보상되어야 할까? 70년 초의 이「데이터」들이 들려주는 친절한 경고를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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