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기의 김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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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JAL기 납치사건은 피납기가 제3지에 불시착했다는 점과 한국 ·일본·북괴의 착잡한 삼각관계 때문에 사건 그 자체뿐 아니라 그 해결책과 영향이 미묘하게 파급될 것 같다.
한국 정부와 1일 새벽 긴급 내한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우선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해 김포공항 관제탑을 통한 수시 교신으로 범인들을 설득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후꾸오까」를 떠나 동해안을 따라 북상 중이던 JAL기를 김포로 유도 착륙시킴으로써 납북 JAL기 사건에 직접 개입하게 됐다.
정부가 JAL기를 유도 착륙시킨 것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내의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또 시간을 벌음으로써 승객의 안전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 같다.
JAL기가 김포에 있는 이상 사건 해결방안은 우리 정부의 재량에 달려있지만 정부는 『최악의 경우 한국 내에 서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기본 방침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기본입장에 입각한 정부의 사건 해결방안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가능한 한 시간을 끌면서 범인들을 설득하여 굴복시키거나 원래 목적지로 회항시킨다. 둘째, 만약 범인들과 타협이 이루어질 경우 승객들은 내리게 하고 범인들만 이륙시켜 준다. 셋째, 끝내 범인들이 설득에 응하지 않고 자폭하겠다는 것이 확실한 경우에는 이륙시켜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 등.
그러나 이번 JAL기 납북 기도 사건은 일본에서 저질러진 범죄행위가 한국에까지 미쳤고 또한 범인들이 납치하려는 곳이 북괴라는 점에서 우리의 신경을 건드린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기본적으로 JAL기 사건을 1차 적으로는 인도주의적 원칙에서 해결하려고 하나 우리의 정치 현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관계자들 가운데는 납치범을 포함한 승객·승무원을 일단 불법 입국자로 간주하여 JAL기의 이륙을 금지시켜 개별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있다.
68년이래 격증하는 항공기 납치사건(하이재킹)을 규제하는 국제법상의 확립된 원칙이나 관례, 그리고 국제협약은 없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사국들이 협의하여「케이스·바이·케이스」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항공기 납치사건을 규제하는 국제협약으로는 63년 9월 14일 체결되어 69년 12월 4일 발효된 「항공기상에서 범한 범죄 및 기타 행위에 관한 협약」(도쿄·컨벤션)이 있을 뿐이다.
이 협약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30개국이 서명했으나 지금까지 13개국만이 비준서를 기탁했는데 우리 나라와 일본은 아직 비준을 않아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일 양국간의 우호관계나 일반적으로 양해된 국제관례로 보아 양국은 이 협약을 원용, 피납 JAL기 사건을 처리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동경협약」의 내용을 보면 항공기와 범인을 체포 또는 구금한 국가는 ①기장으로부터 증거 및 정보를 받도록 되어있고(9조 3항) ②기장으로 하여금 통제를 회복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11조 1항) ③여객 및 승무원의 여행계속을 보장하고 항공기 및 화물을 반환해야 한다(11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 협약은 또 13조에서 ①피의자의 구금 및 도피방지 조치와 예비조사를 할 수 있고 ②구금·예비조사결과 재판권 행사 여부를 이해 당사국에 통고해야 하며 ③범인이 여행을 계속하지 않고 체약국에의 입국을 거부할 경우 범인의 국적 국·영주국·출발지국에 회항시킬 수 있도록 했다(14조 1항) ④기상에서의 범죄는 영토에서의 범죄와 동일하게 취급하나(14조 2항) 이런 규정들이 체포국의 인도 의무를 설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경협약」은 또 합리적인 처리 조치로서 『조사 체포에 관한 재판권 행사에 있어 항공의 안전 및 기타 이해관계 사항을 적절히 고려토록』하고(17조) 항공기·여객·승무원·화물의 불필요한 지체를 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는「동경협약」을 원용, 범인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부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으며 국제법 학자인 이영기 교수 등도 이와 견해를 같이하고 있는데 특히 범인이 재일 교포인 경우에는「자국민 불인도」의 원칙에 따라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고 만약 조총련계나 북괴가 저질렀을 때는 당연히 범인들을 억류할 수 있다는 해석을 하고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범죄가 여러 나라에서 저질러졌을 때는 최종 범죄 행위지국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범인 인도요구가 있을 때도 우리 나라의 안보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여 재판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범인들은 이 원칙에 따라 일본에 인도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들을 KAL 미 송환자와 교환하는 정치적 절충이 벌어질 여지도 있는 것이다.<허 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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