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기의 납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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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발「후꾸오까」행 JAL기 727호가 납북됐다. 이 비행기는 납북직전「파일러트」의 기지로 연료보급을 핑계삼아 일단 복강비행장에 기착했었다. 기내의 승무원들과 지상의 보안당국은 납북 범들과의 흥정끝에 일부 승객만을 내려놓고 끝내 기수를 북으로 향해 이륙할 수 밖에 없었다.
범인들은 적군파를 자처하는 일본의 극좌계 학생 10여명. 이들은 여객기 안에서 일본도를 휘두르며 북한으로 가자고 위협했다.
일본은「엑스포70」의「봄」을 타고 어느때 없이 태평과 번형을 구가하던 중이다. 세계의 관광객을 무려 백만명이나 맞을 채비를 차리고 있었다. 이미 만박전시에는 세계 77개국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진보와 조화』.「엑스포70」의「테마」이다.『조화를 이룬 문명』은 바로 인류의 이상이며, 일본이 선망하는 그것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이커노믹·애니멀」의 핀잔을 받아온 일본은 이 기회에 문명인의 도덕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으리라.「엑스포」의「테마」를 그렇게 선정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바로 이 무렵에 공중납치사건이 일어난 것은 여간「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니다. 일본은 세계의 시민들을 초대한 축제의 광장에서 스스로 망신을 당한 셈이다.
그러나 더욱 망신스러운 것은 북괴이다. 그 납치의 목적지로 보아 북괴도 잠재적인 공범이나 다름없다. 부도덕하기로는 납치범인이나 그쪽이나 마찬가지이다.
인류공동문명의 전시장에서 이처럼 국제도의의 추락과 원시적인「이데올로기」의 증악감을 보여주는 것은 어딘지 고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영국의 사학가「아널드·토인비」박사는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 강연회에서『문명의 진보와 도덕의 진보는 반비례 한다』는 퍽 「시니컬」한 말을 남긴 적이 있었다. 인간은 외부적인 물질문명의 번영과 함께 모든 면에서 그 내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참담한 비평의 소리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또 다른 의미의 위력을 일본인들에게 주었을 것이다. 북괴식의 공산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체험-. 확실히 이것은 전후의 일본인들에게 북괴식 공산주의에 대한 최초의 경험이 됐을 것이다.
일본의 공산주의에 대한 정치적 감각과 도의감에 일대반성의 기회가 됨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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