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씨엔 예외가능|혼란덜 융통성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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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허웅<서울대문리대 국어학교수>

<찬 성>
한글전용과 더불어 그전부터 「유」씨는「유·뉴·류」,「이」씨는「이·니·리」로 쓸수있지 않을까 생각해 왔다. 이번 류씨종친회의 결정은 그 선수를 친 것이며 대단히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연구위원회는 어떻게 하자고 경정한 일은 없지만, 인명의 혼란을 덜기 위하여 국어의 두음법칙을 깨뜨려서라도 융통성을 두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논의한 바 있다.
일본과 서양에서는 자기마음대로 표기하거나 혹은 발음하는 예가 허다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한글전용에 따라 그러한 표기법이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고유명사 전반에 걸친 것이 아니고 성씨에 국한, 더 확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기업체의 명칭일 경우, 그것은 몇개의 보통명사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각 낱말의 본래 뜻을 쫓아적을 수 밖에 없다.
혹자는 성씨에 있어 한자로 표기하면 동명이인의 혼란을 피할 수 있지 않느냐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앞으로「춘원 이광수」「가람 이병기」식의 호와 자를 붙여쓰는 습관이 생긴다면 그런 문제는 자연 해소될 것이다.
유주현<소설가>
나는 자랄때 류를「버들 류」로 알았는뎨 해방후 맞춤법에 따라「유」로 적어왔다. 그 변혁이 올때마다 이상하게 생각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쓰든 그 글자자체가 뜻을 가진 것이 아니요 사회적 약속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회에서 유·유·유를 각각 구별해 지켜줬듯이 이제 한글을 전용한다면「류」로 해달라는 같은 이치의 요청인 것이다.
성명에 관한 문제는 일본이 아주 복잡하다. 「오십남」을 「이가라시」라 하는것은 한씨족의 고집이다.「실」을 「지쓰」「미노루」「마꼬도」로 각기 읽는 것은 개개인의 고집이다. 사회는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지켜준다. 그것은 일본의 전통으로 돼 있다.
「유」를「류」로 쓰겠다는 것은 없어진 한국의 전통을 되찾자는데 불과하다.
그 전통을 찾아 표기한다 해도 딴나라에 비하면 아주 간단한 편이다. 한국 성은 1자가 통례인데「남궁」「선우」등은 2자로 돼 있고 한국의 조씨는 조로 쓰지 않는 것은 모두 사회가 그들의 약속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금년부터 한글전용이 시행되는 시발점에 서있으므로 모든 공·사 기록에서 류씨 문중의 약속을 지켜달라는 요청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류」가 한글의 맞춤법이 허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니며, 또 성씨만은 특별한 고유명사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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