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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에 혹 생기면 암일까? 90% 이상은 양성종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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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대림성모병원 갑상선센터 성진용 소장이 갑상선 종양의 크기를 진단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 또는 ‘거북이암’으로 불린다. 완치율이 높고 진행 속도가 느려서다. 암 중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지만 다른 암에 비해 느끼는 공포가 덜하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0년 암 진단을 받은 20만 여명 중에 갑상선암은 3만6021명이다. 단연 ‘국내 암 발병률 1위’다. 하지만 갑상선암이라고 무조건 착하기만 할까. 대림성모병원 갑상선센터 성진용 소장은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분명 진행이 빠른 환자도 존재한다. 암이 전이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암보다 덜 위험하다고 방치했다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순한 암이라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성 소장에게 갑상선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었다.

Q 갑상선에 혹이 생기면 암이다?

A 아니다. 갑상선은 목 앞쪽 중앙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이다. 갑상선호르몬을 만들고 분비한다. 체온을 유지하고 신체 대사를 조절한다.

갑상선에 생기는 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호르몬 분비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갑상선기능 항진·저하증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갑상선에 생기는 혹(종양)이다. 성 소장은 “목 부위에 혹이 만져지면 대개 갑상선암을 의심하지만 90% 이상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양성종양”이라며 “일부만이 갑상선암(악성종양)으로 진단받는다”고 설명했다.

혹이 양성인지 악성(암)인지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양성종양은 비수술인 고주파절제술을 시행한다. 얇은 바늘을 삽입한 후 바늘의 열을 이용해 종양을 태운다. 피부에 흉터가 남지 않는다. 성 소장은 “종양이 너무 커서 외모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숨이 막히고 기침이 나 환자가 불편하면 치료한다”며 “암이 아닌 작은 종양(2㎝이내)은 굳이 치료하지 않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Q 갑상선암은 무조건 수술한다?

A 아니다. 일반적으로 암은 수술로 치료한다. 성 소장은 “암은 성장 속도가 빠른 종양이 섞여 있을 수 있고, 예측하기 어렵다”며 “암의 전이를 막고 환자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수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술 후 10년 생존율이 95%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좋다.

 단, 종양의 크기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의료진마다 이견은 존재하지만 성 소장은 5㎜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는 “종양의 크기가 2~3㎜에 불과하다면 암이 의심되더라도 조직검사조차 하지 않는다”며 “이후 5㎜가 넘어갔을 때 수술로 치료하자는 게 학계의 합의사항”이라고 말했다.

Q 갑상선암은 다른 부위로 쉽게 전이되지 않는다?

A 아니다. 갑상선암은 높은 발병률의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전이는 다른 문제다. 1㎝미만의 암이라도 30∼50%가 림프절에 전이되므로 안심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성 소장은 “림프절에 전이된 암을 제거하지 않으면 다른 장기로 더 퍼져나갈 위험이 있다”며 “이럴 땐 수술과 동위원소 치료를 병행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발율이 높아지면 폐나 뼈로 암이 전이돼 완치가 어렵고 결국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예후가 좋은 ‘유두암’이 치료가 어려운 ‘미분화암’으로 변질돼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둘 다 갑상선암의 일종이다. 갑상선암의 90%는 유두암으로 10년 생존율이 90% 이상이다. 반면 미분화암은 진단 후 대개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성 소장은 “드물지만 치료 없이 오랫동안 유두암을 방치하면 미분화암으로 변형되기도 한다”며 “이 때 수술을 해도 바로 재발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갑상선암은 빠른 발견과 치료가 최선책이다.

Q 갑상선암의 증상은 뚜렷하다?

A 아니다. 목의 통증이나 이물감이 나타나면 갑상선암을 의심한다. 하지만 대개 식도나 기도의 염증이 원인이다. 갑상선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이유다. 간혹 종양이 크면 식도나 기도가 눌려 목소리가 쉴 수 있다. 아주 심하면 뼈에 전이돼 뼈 통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극히 드물다. 성 소장은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고, 뚜렷한 원인도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가족력이 있다면 갑상선 검진은 필수며, 건강한 사람도 정기적인 검사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오경아 기자 , 사진=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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