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농구대표팀, 아시아 3위로 세계 선수권 진출

중앙일보

입력

'만수' 유재학(50) 감독이 한국 남자농구를 세계무대에 올려놨다.

유 감독이 이끄는 농구 대표팀은 11일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콤플렉스에서 열린 2013년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농구선수권 3·4위전에서 대만을 75-57로 꺾었다. 대학생 김민구(22·경희대·191㎝)가 3점슛 5개를 포함해 21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완승을 이끌었다. 맞형인 김주성(34·원주 동부·205㎝)도 상대 귀화용병 퀸시 데이비스(30·203㎝)를 꽁꽁 묶으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3위를 차지한 한국은 내년 8~9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FIBA 농구월드컵(세계선수권) 진출권을 따냈다. 축구와 달리 농구 월드컵에는 총 24개팀이 참가한다. 아시아에서는 아시아농구선수권 3위팀까지 진출권이 주어진다. 한국은 대만을 꺾으며 이란, 필리핀과 함께 세계무대에 서게 됐다. 한국이 농구 월드컵에 나가는 것은 통산 7번째로 지난 1998년 이후 16년 만이다.

'1만 가지 수'를 갖고 있다는 유재학 감독은 지난 6월 대표팀을 처음 소집할 때부터 월드컵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리고 김민구와 김종규(경희대·207㎝), 이종현(고려대·206㎝) 등 대학생을 깜짝 발탁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존스컵에서 5승 2패로 3위에 머물렀다. 대만과 마지막 존스컵 경기에서는 60-73으로 완패했다. 국제무대에서는 어린 선수들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뚝심있게 밀고 나갔다. 오히려 아시아선수권 본선에는 문성곤(고려대·194㎝)과 최준용(연세대·201㎝)까지 선발해 총 5명의 대학생을 데리고 필리핀으로 넘어갔다. 체력이 좋은 대학생 선수들을 활용한 '한국형 농구'를 구사할 계획을 짰다. 핵심은 이들을 활용한 전면 강압 수비였다.

중국과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유 감독의 구상은 통했다. 한국은 40분 내내 전면 강압 수비를 펼쳤다. 왕즈즈(36·216㎝) 등 노쇠한 중국의 장신 선수들은 한국의 빠른 압박 수비에 당황했고 와르르 무너졌다. 한국은 중국을 63-59로 꺾고 분위기 좋게 대회를 시작했다.

유재학 감독은 이란과 2차전에서는 노장 선수들의 체력을 아꼈다. 젊은 선수들을 주로 기용하며 무리하지 않았다. 이란에는 65-76로 패했지만, 말레이시아를 80-5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2위로 올라가며 8강에서 카타르를 만났다. 2차전에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토너먼트에서 이란과 중국 등 강호를 만나지 않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한국은 홈팀 필리핀과 접전 끝에 79-86로 패하며 3·4위전으로 밀렸지만, 대만에는 완승을 챙겼다. 존스컵에서 데이비스를 막지 못해 완패했던 한국은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유재학 감독은 김주성과 김종규에게 데이비스를 막게 했다. 존스컵에서 26점을 기록했던 데이비스는 이날 두 선수의 질식수비에 막혀 12점에 그치며 팀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유재학 감독의 용병술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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