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8)「캄보디아」의 풍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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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하룻만에 정권이 바뀐「캄보디아」-. 지금 그곳의 선량한 사람들은「캄보디아」라는 국가가 지표상에서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고 있을 것이다.
「캄보디아」라는 국명이「라오스」와 함께 사라질 우려가 있음을「캄보디아」사람들은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월남 사람은 공산측이든 반 공산측이든「라오스」와 함께「캄보디아」도 월남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고「캄보디아」사람은 믿고 있다. 「캄보디아」영토의 일부였던 비옥한 넓은 영토가 월남에 빼앗긴 역사가 있고 캄보디아내 약 50만 월남사람의 월등한 경제적 지위에 대한 카보디아사람의 열등감등이 그 같은 감정에 겹쳐 있다,
왕도「프놈펜」중앙에「프랑스」사람이 세운「중앙시장」엘 가면 영세노점상은「캄보디아」사람이나 몇몇 화상과 인도사람 상점을 빼면 모두가 월남사람(또는 월맹인)이 경영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 지게꾼과 같은 삼륜인력거(삼륜인력거=시쿨로)꾼은 모두가「캄보디아」사람이다. 정부기관에서는 월남사람이 축출되었으나 국립은행·보험회사·항공회사 등 큰 상사의 요직은「프랑스」사람 통치하에 있어서와 같이 여전히 많은 월남 사람이 맡고 있다. 「캄보디아」사람은 자기나라에 있으면서 외국 월남사람의 피고용인으로 혹사당하고 있다는 억압감과 반감을 항시 마음속에 갖고 있으며 그 민족감정이 반월맹 및 반「베트콩」「데모」를 정부의 지지아래 할 수 있게 되자 월남사람 마을습격은 도시에서 지방으로 파급했다.
우선회한「캄보디아」는 중립노선을 재천명하고 있으나 필요할 때는 공산군과의 혈전을 각오하고 나섰다. 4만의「캄보디아」군이 6만의 월맹군과「베트콩」을 단독으로 감당하기는 퍽 어려울 것 같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대규모화할 때 부득이 자유진영의 원조가 요청되나 미국은「닉슨」대통령의「괌」섬「독트린」으로 난색을 보일 것이며 우선은 월남군이 나서서 도울 것을 바랄 수 밖에 없다.
그러나「캄보디아」는 월남 사정과 달라 공산「게릴라」가 깊숙이 발붙이지 못할 것이며 「캄보디아」국민은 적어도「시아누크」공이 귀국할 수 있을 때까지는 새 정부를 지지하고 단결할 것으로 예견된다. 중립정책을 실감케 하던 왕도「프놈펜」의 거리들-「네루」가, 「드골」가, 「체코」가, 그리고「모택동」가 등등 동-서 중립의 여러거리가 서로 사이좋게 연결되는 평화스러운「로터리」에, 선량한「캄보디아」남녀들이 한가하게 오가던 곳에 오늘은 긴장과 불안과 또 전운이 감돌고 있음은 안타깝다.
「캄보디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지 않고 평화와 행운이「캄보디아」사람들의 편에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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