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식 만민공동회 … 한국형 정치 축제 만들 것”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35호 07면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뱃길로 3시간쯤 떨어진 고틀란드 섬. 인구 6만 명의 이 섬이 매년 7월이면 분주해진다. 10만여 명이 참여하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Almedalen Week)’가 열리기 때문이다. 카페·잔디광장 등에서 토론회가 1500회 가까이 열리는 정치 축제다. 총리와 7개 정당, 700여 시민단체, 시민들이 편안한 옷차림으로 소통한다.

‘대한민국 정책 컨벤션&페스티벌’ 공동위원장 맡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를 모델로 한 행사가 한국에서도 열린다. ‘2013 대한민국 정책 컨벤션&페스티벌’이다. 17~18일 일산 호수공원 일대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원탁 토론회 ‘정책 만민공동회’ ‘5분 자유 정책 연설대’ ‘정책 콘서트’ 행사가 이어진다. 여야 인사도 고루 참여한다. 17일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와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의 수장인 이주영·변재일 의원이 머리를 맞댄다. 18일엔 새누리당 남경필,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김범수 아나운서 사회로 시민들과 만난다. 이와 함께 재즈·라틴문화 공연도 이어진다.

김병준

 김병준(59) 공공경영연구원 이사장은 김진현 전 과기처 장관, 남부원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상임대표, 이만의 거버넌스21클럽 공동대표(전 환경부 장관), 정성헌 대한민국민회조직위원장과 함께 행사 조직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김 이사장은 8일 “얼마나 호응을 받을지 모르지만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뒤 한국 사회의 미래 담론을 만드는 시민운동을 해왔다.

 -행사를 시작한 계기는.
 “우리 사회는 정치적 이념 싸움을 많이 하지만 정책 담론 수준이 낮다. 정치권도 진영 논리에만 빠져 있다. 나라가 잘되려면 시민사회 전반의 담론 수준을 높여 정치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모여 이번 행사가 성사됐다. 일반인과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참여하는 정책 축제다. 다른 나라엔 그런 행사가 많다. 스웨덴 알메달렌 외에 미국의 ‘아메리카스픽스(AmericaSpeaks)’가 그런 사례다. 한국처럼 정치권 수준이 낮고 정책 토론이 상실된 나라에선 더욱 필요한 행사다. 사람을 비판하는 행사를 하면 정치적 파급력도 크고 사람들도 몰리겠지만 서로 욕하지 말고 토론하자는 게 근본 취지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첫 번째 행사와 올해 행사가 다른 점은.
 “일반 시민의 참여를 넓히려 했다. 처음으로 정책 지도자 세션을 하고, 여야 싱크탱크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장(場)도 있다. 여야 정책연구소가 있지만 사실 대선 때도 별 역할을 못한다. 후보들은 공약을 만들려고 사조직을 만든다. 그러니 정당 정책기관이 국민에게 신뢰를 못 받는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향후 계획은.
 “우리 정당 정치는 한계에 이르렀다. 신당이 여러 차례 만들어졌지만 계속 실패했다. 정당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완하려면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이런 정책축제가 정당 혁신을 촉진하고, 정책 역량을 키울 거다. 누구는 만민공동회라고 하고, 나는 시민의회라고 부르길 선호하는데 이런 행사가 4, 5년 지속되면 새 정치를 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5000명, 1만 명이 동시에 토론하는 행사도 열고 싶다. 500개의 테이블에 10명씩 앉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구글 시스템을 통해 같은 주제로 원탁토론을 하는 거다. 이미 아메리카스픽스에선 2만 명이 동시에 회의를 한다. 그렇게 해서 주의회, 연방의회에 영향력을 미치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만민공동회가 가능할 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