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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은 민간보험도 못 들어 … 일종의 사회적 차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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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규정이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자기 몸 추스르기도 힘든, 적게는 수십 명에 불과한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어떻게 일일이 제도를 고쳐가며 살겠습니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59·사진) 회장의 말이다. 신 회장 본인도 한창 때인 40대(1997년)에 갑자기 다발성경화증으로 쓰러졌다. 당시 보험 혜택이 없던 인터페론 신약에만 매년 1억원이 넘는 돈을 써야 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하며 인터페론의 보험 적용을 이끌어냈다. 연합회장이 된 뒤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산정특례 도입 등 주요 현안의 해결에 앞장섰다. 하지만 신 회장은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4대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을 다짐하고 있는데.
“고마운 일이지만 과연 핵심을 잘 짚었는지 의문이다. 상급 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3대 비급여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는 게 안타깝다. 과도한 비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져 자칫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지원이 희석될까 우려된다. 우리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것은 선택진료비다. 괜히 희귀·난치병이겠나. 대학병원급의 선택진료가 아니면 어디서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를 받겠나. 반면에 희귀·난치성 질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1인실 등 상급 병실을 다 쓰겠다는 생각은 없다. 국민이 함께 낸 돈인데 희귀병을 앓는다고 그렇게 쓸 수는 없다. 다만 병에 따라서는 간병인이 꼭 필요하다거나, 상급 병실을 자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일률적인 적용보다는 병의 특성에 맞춰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장애등급 산정에도 문제가 있나.
“상식적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자라면 모두 장애등급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나는 발병 직후에 장애등급 2급을 받았는데 운이 좋은 경우다. 장애등급 판정이 국민연금공단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기존에 받았던 장애등급이 더 떨어지는 경험을 한 환우도 많다. 겉으로는 사지가 멀쩡해 보이지만 갈수록 병세가 악화돼 평생 치료해야 하는 희귀질환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 다른 중증 질환과 가장 큰 차이가 뭔가.
“4대 중증 질환이라도 뇌혈관·심장·암 등은 모두 민간보험이 있어 대비라도 할 수 있지 않나. 희귀·난치성질환자에 대한 민간보험이 어디 있는가. 희귀질환자는 본인 병에 대한 보험은 당연히 없고, 암보험에도 못 드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사회적 차별이다. 건강보험 외에 혜택을 받을 길이 없다.”

-기본법이 생기면 어떤 점이 나아지나.
“희귀·난치성 질환 대책의 근간이 될 근거 법률이 생기면 여러 다양한 현안에 대해 체계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18대 국회에 상정됐던 법안은 자동 폐기됐고, 19대 국회에서도 아직 처리가 안 돼 무척 안타깝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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