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조련계 북괴왕래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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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내각은 19일 하오 조총련 재일교포 6명에 대해 북괴를 왕래할 수 있는 재입국사증을 발급해 주기로 결정하고 본인들에게도 이를 통지했다고 하는바 인도주의를 내세운 일본의 대북괴정책은 한-일간의 새로운 외교상의 긴장관계를 조성할 계기가 될 것 같다. 일본정부는 한-일 국교정상화 이전인 65년에 조총련계 3명에게 재입국허가를 내준 일은 있었으나 「한-일 기본조약」과「재일교포의 법적지위와 대우에 관한 협정」의 발효에 따라 이러한 비우호행위는 금지되어 재입국「비자」의 발급을 중지해 왔었던 것이다.
68년 12월에도 8명의 조총련계 인사에게 재입국사증을 발부하려고 일본정부가 책동하자 한국정부는 강경한 항의를 하였고 이에 당황하여 수차 연기를 거듭하다 69년 2월에야 재입국사증을 발부한 예가 있으나 이것은 일회적인 것이요 선례로 삼지 않기로 한국정부에 확약한바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1년밖에 지나지 않아 다시금 조총련계 6명에게 재입국사증을 발부하여 북괴왕래를 허용한 것은 지나친 배신행위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인도주의를 내세워 재일교포의 북괴왕래를 허용하는 선례를 축적하여 한국의 항의가 약한 경우 조총련계의 북괴왕래를 자유화하려는 속셈이나 아닌지 의심스럽다.
일본은 인도주의를 내세우기 전에 국제협약을 준수할 줄 아는 준법정신을 발휘해 주어야할 것이다. 한-일 기본조약 제3조는「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총회의 결의 제195(Ⅲ)호에서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와 우대에 관한 협정」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일본에 영주할 자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데 비록 조총련계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국민인 6명에 대해서 북괴왕래를 허용하는 것은 국제법과 국내법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정부는 조총련계의 북괴내왕의 자유원칙은 일본국내법상 부득이한 것이라고 하여 동경지방 재판소와 동경고등재판소의 판결을 원용할지 모르나 아직껏 최고 재판소의 최종 판결은 나지 않았기에 그 때까지라도 북괴내왕은 금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최고 재판소의 판결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나 대한민국 국민이 한국의 여권없이 해외여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요, 일본에 영주권을 신청하지도 않은 자에게 군색하게 일본적십자사에서 발급한 신분증만으로 출국과 입국을 허용하는 것은 일본여권법이나 일본출입국 관리법령에도 위반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정부는 조총련계의 북괴내왕이 북괴「스파이」의 밀송「루트」가 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선례가 되어 앞으로 계속 조총련계의 북괴왕래를 허용해야할 함정에 빠질 수도 있으니 즉각 철회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조총련계가 일본 영주권 신청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북괴와 기타 외국을 여행하고 재입국하는 선례를 만드는 경우 한-일 협정에 의한 영주권 신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요, 한-일 우호에도 재고를 요망해마지 않는다. 정부가 엄중 항의하여야 할 것은 물론이고 여-야당도 합세하여 일본정부의 조총련계 북괴 왕래 허용방침을 철회하도록 강력한 외교공세를 펴도록 독려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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