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고날 때만 법석 떨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9일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와 관련, 관계자를 참석시킨 채 전체 회의를 열어 정부의 안전불감증을 질타했다. 의원들은 특히 "이번 참사는 총체적인 안전시스템 부재가 부른 인재(人災)"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야당의원들은 정부 책임론을 집중 거론했다.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의원은 "공공시설인 지하철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에 대해 국가는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식(辛卿植)의원도 "비참한 인재"라고 운을 뗀 뒤 "정부의 부실한 사고대책이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주영(李柱榮)의원은 "사고가 날 때만 정부가 수선을 떨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사고대책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의원은 "유가족을 위해 하루 빨리 보상금을 지급한 뒤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하자"고 말했다. 민주당 이강래(李康來)의원은 "행자부는 대구시에만 일을 맡기지 말고 직접 챙겨보라"고 당부했다. 한나라당 전용학(田溶鶴)의원은 소방청 신설을 제안했다.

발언 중 여야 의원간 충돌도 빚어졌다. 한나라당 민봉기(閔鳳基)의원이 "대통령이 직접 담화라도 발표해야 한다"고 하자 이강래 의원이 발끈하며 "여기서 대통령은 왜 거론하느냐"며 맞섰다.

이에 閔의원은 "왜 말을 받아치느냐"고 따졌고, 李의원도 "사고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기세를 꺾지 않았다. 결국 양측은 "의원 자질이 없는 사람" "왜 손가락질을 하느냐"는 등 고성을 주고 받았다.

마침내 흥분한 이강래 의원이 퇴장하자 이병석 의원은 텅빈 민주당 의석을 가리키며 "특정 지역의 사고여서 여당의원들이 자리를 비웠다"며 "이는 여당의원들의 잠재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급기야 박종우(朴宗雨.민주당)위원장이 나서 "전갑길(全甲吉)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사고지역에 갔거나 다른 상임위에 참석했다"고 해명해 회의가 계속됐다.

이날 열린 재해특위에서도 민주당 김영진(金泳鎭)의원은 "유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특별점검반을 편성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임인택(林寅澤)건교부장관은 "대구를 제외한 전국 지하철에 특별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