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진 백사장 … 한낮 해수욕장 가기도 겁나는 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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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낮 최고기온이 32.4도를 기록한 9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 모래밭이 한산하다. 해운대해수욕장 관리사무소 손춘익 계장은 “비교적 시원한 아침과 저녁에는 피서객들이 몰리지만 한낮에는 백사장을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오는 13일까지 부산지역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송봉근 기자]

9일 오후 2시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해수욕장. 한참 피서객이 몰릴 시기이지만 백사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김삼윤(62) 해수욕장 번영회장은 “무더위로 모래가 뜨거워지다 보니 한낮에는 해수욕객들이 뜸하다”며 “오후 4시쯤 돼야 피서객들이 해변에 나온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거제시 동부면의 학동해수욕장은 피서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이 해수욕장은 모래 대신 동글동글한 자갈이 깔려 ‘몽돌해수욕장’이라 불리는 곳. 자갈이 달궈져 발 디디기조차 힘들다 보니 낮에는 피서객이 잘 찾지 않게 된 것이다.

 무더위가 남해안 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을 내몰고 있다. 특히 7월 중순부터 더위가 찾아온 경남 일대는 올해 해수욕객이 급감했다. 거제시에 따르면 7월 1일~8월 4일 해수욕객은 지난해 40만 명에서 올해 28만 명으로 30% 감소했다. 경남 사천 남일대해수욕장은 같은 기간 피서객이 지난해 2만여 명에서 올해 5900명으로 줄었다. 경남 남해 상주은모래해수욕장 전달주(65) 번영회장은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백사장을 피해 피서객들이 주변 그늘에서만 잠시 머물다 가는 정도”라며 “올해 해수욕장 경기는 엉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찜통 더위 지속=9일 울산의 낮최고 기온이 섭씨 38.4도까지 치솟는 등 전국이 가마솥 더위에 시달렸다. 경북 경주는 낮 최고기온이 38도, 대구 37.5도, 전북 전주 36.8도, 광주광역시 35.6도를 기록했다.

 강원도 강릉은 최저기온이 31도였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1911년 10월 이후 102년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전날 세웠던 30.9도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강릉 시민 이경자(69·여)씨는 “평생 여기에서 살았지만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밤을 보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구름이 낀 경기도와 강원 영서지방이 선선한 편이었다. 서울은 오전에 내린 비로 최고기온이 30.8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빌딩과 차량이 많은 강남 지역은 열섬현상으로 인해 32~33도까지 올랐다. 직장인들은 더위를 피하려 점심시간에 외출을 않고 구내 식당을 이용했다.

 ◆폭염 피해 속출=8일과 9일 이틀 동안 충북 영동, 전남 나주·장흥, 경북 예천, 경남 양산에서 모두 6명이 더위로 숨졌다. 대부분 밭에서 일하던 농부와 공사장 인부들이다. 전북 정읍에서는 20여 농가에서 닭과 오리 1만5000마리가 폐사했다.

 대구지역 초·중학교는 더위로 개학을 미뤘다. 대구시 교육청은 학생들의 건강을 염려해 349개 초·중학교에 개학 연기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다음 주 중 개학을 하려던 학교 대다수가 일주일 뒤로 2학기 시작을 연기했다. 더위가 심한 영남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피해 막기에 힘을 쏟고 있다. 대구시는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얼음물을 돌렸고, 경남 남해군은 249개 경로당에 냉방 전기료 10만원씩을 지원했다.

 ◆전력경보 ‘관심’ 발령=이날 냉방을 많이 하면서 최대 전력수요는 오후 1시54분 7433만㎾에 이르렀고, 예비전력은 371만㎾까지 떨어졌다. 전력거래소는 이보다 15분 앞선 오후 1시39분 전력수급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관심’은 전력 경보 5단계 중 가장 낮은 ‘준비’ 다음 단계다. 올 들어 ‘관심’ 경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6월 5일에 이어 두 번째다. 전력거래소 측은 휴가철이 끝나 공장들이 다시 가동되고 무더위가 이어지는 12~14일 사이에 전력난이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홍권삼·민경원·홍상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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